2014년 4월 26일 토요일

첫 게시글.. 트리케라톱스 냄새

 나의 첫 블로그의 첫 게시글인데.. 무엇을 올려야 할까?.. 라는 생각을 이틀동안은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무언가에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첫 출발이기 때문에 첫 게시글을 통해 나의 특별한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초등학생 때의 일이었다. 친구가 나에게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는 어떤 냄새가 났어?”라고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식물을 먹었으니깐, 풀 냄새가 났을꺼야”라고 대충 대답은 했지만, 교실에 도착한 나는 혼자서 계속 그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트리케라톱스는 정말 풀 냄새가 났을까?”
 
 단순히 공룡 종류만 외우던 나는 그날 이후로 공룡들이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켄트로사우루스(Kentrosaurus)는 가시를 흔들며 소리를 내지 않았을까? 트라코돈(Trachodon)은 사향 냄새로 포식자들을 무찌르지 않았을까? 메갈로사우루스(Megalosaurus)는 이구아나처럼 목주름을 펼치고 구애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나의 이러한 궁금증들을 풀어줄 확실한 대답을 원했지만, 그저 공룡 종류만 나열되어있는 국내의 공룡 책들은 나의 이러한 지식 고픔을 채워주지 못했다. 고등학생이 되서야 화석으로는 멸종한 동물의 모든 정보를 얻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 때문에 매우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얼른 돈 많은 누군가가 진짜 쥐라기 공원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는 또 다시 크게 실망을 했던 기억이 있다...)

 대학생이 되고나서 나는 메릴랜드대학(Maryland University)의 토마스 홀츠(Tomas Holtz) 교수님께서 쓰신 <Dinosaurs: The Most Complete, Up-to-Date Encyclopedia for Dinosaur Lovers of All Ages>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책의 초반부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적혀있다.

─ In Science, “I don’t know” is sometimes the best answer available.
(어떤 경우에는 “잘 모른다”가 과학에서 가장 좋은 유효 답안이다.)

 과거에는 공룡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내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실망을 많이 했었지만, 이 문장을 통해 나의 생각은 바뀌게 되었다. 영원히 알 수 없는 존재를 누구나 상상하고 연구하는 것이야말로 공룡연구의 매력임을 나는 깨달았다. 그때의 깨달음 덕분에 내가 지금까지 공부와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나는 죽는 그 순간까지 트리케라톱스에게 어떤 냄새가 났을지 알 수는 없겠지만, 연구를 통해 공룡에게 조금씩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지금 행복하다.

Fig. 1. 1992년 국립중앙과학관 공룡특별전에서 포효하는 어린 필자.

아, 참고로.. 내 머릿속에 있는 트리케라톱스는 팝콘냄새가 난다. 
그럼 이만~





댓글 4개:

  1. 저도 공룡 이름만 외우다가 공룡연대기를 접하고나서부터 생각이 달라졌지요.. 하지만 그 정열의 불꽃은 잠시 고등학생 때 꺼졌고...

    답글삭제
    답글
    1. 불씨만 남아있다면 언제든지 다시 활활 타오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꼭 관련학위를 가지고 있어야만이 고생물학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든지 그레고리 폴, 돈 레섬과 같은 분들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삭제
  2. 진영아!!!
    왕귀요미 사진이구나!!?

    행복한 연구자가 되길 바란다~!!!!!

    답글삭제
    답글
    1. 형님과 함께 행복한 연구자가 되어야죠ㅎㅎ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