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7일 일요일

2014년 후쿠이현 국제아시아공룡심포지엄 (PART1)

필자는 지난달(3월) 21일부터 23일까지, 일본 후쿠이현에서 열린 <국제아시아공룡심포지엄(International Symposium on Asian Dinosaurs)>에 참석하고 왔다. 물론 한달이나 지난 심포지엄 이야기를 이제와서 하는 것이 웃긴 일이긴 하지만, 혼자만의 경험으로만 두기에는 아까운 것이 많아서 이렇게 게시물로 올리기로 결심했다.

Fig. 1. <2014년 후쿠이현 국제아시아공룡심포지엄> 로고.

 <국제아시아공룡심포지엄>은 2013년에 설립된 아시아공룡협회(Asia Dinosaur Association)에서 개최하는 행사로, 이번에 후쿠이현립대학(Fukui Prefectural University)에서 처음으로 열리게 되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약 50가지의 연구주제와 결과들이 구두와 포스터 형식으로 발표되었다. 

Fig. 2. 후쿠이현립대학 공룡연구소 앞에 도착한 필자.
심포지엄의 개최장소이기도 하다.

 이번은 두번째 후쿠이현 방문이였다. 후쿠이현은 겨울철에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일본의 알프스'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필자가 갔을 때는 눈이 많이 녹은 이후였지만, 바람은 아직도 차가웠으며 우박도 떨어졌다. 도쿄에서 기차를 타고 갔던 첫번째 후쿠이 방문과는 달리, 이번에는 지역에서 가까운 고마츠 공항을 이용했지만.. 결국 지각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단체사진도 못찍게 되었다. 역시 시간은 잘 지켜야 한다.)

Fig. 3. 심포지엄 접수처. 9600엔의 거금을 내고 기념품, 이름표, 초록집을 받았다.
 
Fig. 4. 심포지엄 사전등록과 함께 주문한 도시락. 이뻐서 못먹겠다..
..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다 먹었다. 

Fig. 5. 후쿠이현립대학 내 심포지엄 구두발표장.

Fig. 6. 심포지엄에 함께 참가한 충남대 지질학과 한상영 선생님.

 어느 심포지엄에 가든지, 분위기는 진지하다(Fig. 5). 필자도 이때만큼은 진지해진다. (믿어주세요..) 이번 심포지엄은 충남대 지질학과 고생물실험실의 한상영 선생님과 함께 참가하게 되었다(Fig. 6). 현재 석사과정이신 한상영 선생님은 용각류 연구를 위해 유학을 준비하고 계신다. 함께 척추고생물학을 연구할 분이 계셔서 개인적으로 너무 든든하다. (게다가 필자보다 연세가 많으셔서 자주 얻어 먹게 된다. 좋은 현상이다.)

Fig. 7. 북경지질대학의 쿠로수 마리코 석사와 그녀의 포스터.

 쉬는 시간에는 다른 학자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특히 많은 일본 학자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포스터 세션에서는 많은 대학원생 분들과 만날 수 있었는데, 북경지질대학(China University of Geoscience, Beijing)의 쿠로수 마리코(Kurosu Mariko) 석사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Fig. 7). 그녀는 일본분이지만 중국 간수성(GanSu Province)에서 새롭게 발견된 드로마에오사우루스류(Dromaeosaurid)에 대해 연구 중에 있다. 개인적으로 중국의 수각류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언젠가는 공동연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Fig. 8. (좌에서 우 방향으로) 필자, 충남대 한상영 선생님, 북경지질대 마리코 석사,
그리고  키시와다시자연사박물관의 마사히로 타니모토 연구원님.
(그리고 엉뚱한 방향을 바라보는 카메라.)

 마리코 석사와 함께 키시아다시자연사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 Kishiwada City)의 마사히로 타니모토(Masahiro Tanimoto) 연구원님과도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타니모토 연구원님은 후기 백악기에 해당하는 이주미층군(Izumi group)의 파충류 화석들을 연구하신다. 일본에는 중생대 해성층이 존재하다보니 다양한 종류의 플레시오사우루스류(Plesiosauria)와 모사사우루스류(Mosasauridae), 그리고 장수거북류(Dermochelyidae)의 화석이 다양하게 산출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중생대 해성층이 전혀 나오지 않다보니 부러울 따름이다.) 타니모토 연구원님은 필자가 말을 꺼낼 때마다 항상 밝게 웃으셨는데, 그분의 동안 비결인 것 같다.

Fig. 9. 심포지엄 첫날에 열린 환영파티. (사진제공 : ISADF2014)

 심포지엄 첫날 저녁에는 환영파티가 있었다. 몽골과학원 고생물센터의 소장이신 린첸 바스볼드(Rinchen Barsbold) 박사님의 축사가 있었으며, 그후에는 주요인사분들을 무대에 모셔서 물이 가득 든 나무통을 망치로 부수는 의식을 치뤘다. 복을 가져다주는 의식이라고는 하는데,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다. 

Fig. 10. 다양한 음식이 준비된 뷔페식 파티.
결국 지난 이틀간의 다이어트는 다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사진제공 : ISADF2014)

Fig. 11. (좌에서 우 방향으로) 러시아 지질 및 자연관리연구소의  이반 유 보로츠키 연구원님,
전남대 허민 교수님, 몽골과학원 고생물센터의 카쉬그자브 작토바타르 박사님,
와세다대학의 렌 히라야마 교수님, 필자, 충남대 한상영 선생님,
그리고 사가현 우주과학박물관 다이수케 나카타니 연구원님. (사진제공 : ISADF2014)

 심포지엄에서는 파티가 빠질 수 없는 것 같다. 파티자리에서는 타 학회에서 뵈었던 몇몇 학자분들을 오랜만에 다시 뵐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특히 거북류 화석 전문가이신 와세다대학(Waseda University)의 렌 히라야마(Ren Hirayama) 교수님은 가는 학회마다 뵙는 것 같다. 최근에는 히라야마 교수님께서 거북에 대한 정보를 많이 공유해주셨는데, 덕분에 작업하고 있던 리뷰 글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정말 고마우신 분이다.

 이렇게 해서 심포지엄의 정신없는 첫날은 끝이났다. (많은 에피소드가 생략되긴 했지만, 시간이 되는데로 따로 업로드를 할 계획이다.) 심포지엄 두번째 날은 『2014년 후쿠이현 국제아시아공룡심포지엄 (PART2)』를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그럼 이만..




2014년 4월 26일 토요일

첫 게시글.. 트리케라톱스 냄새

 나의 첫 블로그의 첫 게시글인데.. 무엇을 올려야 할까?.. 라는 생각을 이틀동안은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무언가에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첫 출발이기 때문에 첫 게시글을 통해 나의 특별한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초등학생 때의 일이었다. 친구가 나에게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는 어떤 냄새가 났어?”라고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식물을 먹었으니깐, 풀 냄새가 났을꺼야”라고 대충 대답은 했지만, 교실에 도착한 나는 혼자서 계속 그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트리케라톱스는 정말 풀 냄새가 났을까?”
 
 단순히 공룡 종류만 외우던 나는 그날 이후로 공룡들이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켄트로사우루스(Kentrosaurus)는 가시를 흔들며 소리를 내지 않았을까? 트라코돈(Trachodon)은 사향 냄새로 포식자들을 무찌르지 않았을까? 메갈로사우루스(Megalosaurus)는 이구아나처럼 목주름을 펼치고 구애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나의 이러한 궁금증들을 풀어줄 확실한 대답을 원했지만, 그저 공룡 종류만 나열되어있는 국내의 공룡 책들은 나의 이러한 지식 고픔을 채워주지 못했다. 고등학생이 되서야 화석으로는 멸종한 동물의 모든 정보를 얻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 때문에 매우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얼른 돈 많은 누군가가 진짜 쥐라기 공원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는 또 다시 크게 실망을 했던 기억이 있다...)

 대학생이 되고나서 나는 메릴랜드대학(Maryland University)의 토마스 홀츠(Tomas Holtz) 교수님께서 쓰신 <Dinosaurs: The Most Complete, Up-to-Date Encyclopedia for Dinosaur Lovers of All Ages>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책의 초반부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적혀있다.

─ In Science, “I don’t know” is sometimes the best answer available.
(어떤 경우에는 “잘 모른다”가 과학에서 가장 좋은 유효 답안이다.)

 과거에는 공룡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내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실망을 많이 했었지만, 이 문장을 통해 나의 생각은 바뀌게 되었다. 영원히 알 수 없는 존재를 누구나 상상하고 연구하는 것이야말로 공룡연구의 매력임을 나는 깨달았다. 그때의 깨달음 덕분에 내가 지금까지 공부와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나는 죽는 그 순간까지 트리케라톱스에게 어떤 냄새가 났을지 알 수는 없겠지만, 연구를 통해 공룡에게 조금씩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지금 행복하다.

Fig. 1. 1992년 국립중앙과학관 공룡특별전에서 포효하는 어린 필자.

아, 참고로.. 내 머릿속에 있는 트리케라톱스는 팝콘냄새가 난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