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31일 금요일

네이버 블로그로 이사했습니다

http://blog.naver.com/paleosalon

안녕하세요. 박진영의 개인 블로그가 네이버 블로그로 이사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15년 6월 15일 월요일

트리케라톱스는 코뿔소처럼 돌진할 수 있었을까?


Fig 1. 티라노사우루스를 향해 돌진하는 트리케라톱스.
머릿속에서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장면이지만 과연 실제로도 그랬을까?
(이미지 출처 : fineartamerica.com)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는 드럼통 같은 몸매, 뒷통수에 있는 부채처럼 펼쳐진 얇은 뼈판(프릴frill이라 부른다), 그리고 눈과 코 위에 솟아난 세 뿔 덕분에 다른 공룡들과 쉽게 구분된다. 특히 머리에 있는 뿔 때문에 트리케라톱스는 공룡시대의 코뿔소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영화나 만화 속의 트리케라톱스는 고개를 숙인 채 영원한 맞수인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를 향하여 돌진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Fig 2. 로버트 바커 박사의 트리케라톱스 복원도.
코뿔소와 말과 같은 현생동물들의 질주하는 모습을 많이 참고했다.
(이미지 출처 : gspauldino.com)

           한때 고생물학자들은 트리케라톱스가 코뿔소처럼 돌진할 수 있었다고 믿었는데, 이것은 미국 휴스턴자연과학박물관(Houston Museum of Natural Science)의 로버트 바커(Robert T. Bakker) 박사의 영향이 컸다. 1986년에 발표된 그의 논문에 따르면 트리케라톱스의 상완골(위팔뼈)과 견갑골(어깨뼈)이 만나는 관절 부위는 악어나 도마뱀보다는 질주가 가능한 말이나 코뿔소와 유사했는데, 이러한 해부학적 특징 때문에 바커 박사는 트리케라톱스의 앞다리가 말이나 코뿔소처럼 밑으로 곧게 뻗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앞다리 포즈가 말과 코뿔소와 닮았기 때문에 이들이 뛰어다니는 모습 또한 말과 코뿔소를 닮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시에 바커 박사가 추정한 말처럼 달리는 트리케라톱스의 속도는 무려 시속 45 km, 재빠른 우사인 볼트도 부러워할 만한 스피드였다.

Fig 3. 케라톱시페스 골덴엔시스(Ceratopsipes goldenensis). 트리케라톱스의 흔적으로 추정.
발자국 자체가 보존된 것이 아니라 발자국의 속을 채우고 있던 퇴적물들이 보존된 것이다.
ⓒJohn Kercher

Fig 4. 미국에서 발견된 다양한 뿔공룡의 발자국. 앞발자국간의 폭이 뒷발자국만큼이나 넓다
(이미지 출처 : Dinosaur Tracks, Richard A. "Tony" Thulborn, 1990)


           하지만 미국에서 발견된 발자국 화석 때문에 트리케라톱스의 포즈는 바뀌어야 했다. 1990년대 초, 미국 콜로라도대학(University of Colorado)의 마틴 록클리(Martin G. Lockley) 교수와 연구팀은 뿔공룡의 발자국으로 추정되는 보행열 화석을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발견했다. 그들은 이 보행열 화석에서 앞발에 해당하는 발자국들이 뒷발자국만큼이나 좌우 폭이 넓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상대적으로 어깨가 좁은 뿔공룡들이 좌우 폭이 넓은 앞발자국을 내려면 앞다리가 벌어져야만 했다. 콜로라도주의 발자국 화석과 뿔공룡의 뼈화석을 토대로 다시 복원된 트리케라톱스의 앞다리는 놀랍게도 약간 쩍벌형의 자세였다. 결국 바커 박사의 주장과 달리 트리케라톱스는 말이나 코뿔소와는 다른 앞다리 구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약간 쩍벌형의 앞다리를 가진 트리케라톱스는 말이나 코뿔소처럼 ‘달그닥 달그닥’거리며 질주할 수가 없었다. 대신 코끼리처럼 앞다리와 뒷다리를 차례로 움직이며 조깅하듯이 뛰어야했다. 이를 토대로 공룡 발자국 화석 전문가인 리처드 툴번(Richard A. Thulborn) 박사가 추정한 트리케라톱스의 뛰는 속도는 약 시속 26 km였다. 1980년대에 바커 박사가 추정한 것 만큼 재빠르지 않아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과거에는 티라노사우루스처럼 뛰지 못하는 공룡도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트리케라톱스는 그래도 공룡 중에서 ‘잘 뛸 수 있는’ 녀석이었다.

Fig 5. 미국 로스앤젤레스자연사박물관(Los Angeles Natural History Museum)의 트리케라톱스.
가장 최신의 연구자료를 토대로 복원되었다. ⓒAllie_Caulfield

           하지만 재아무리 ‘잘 뛸 수 있는’ 공룡이라 할지라도 오늘날의 고생물학자들은 트리케라톱스가 코뿔소처럼 적을 향해 돌진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티라노사우루스와 같이 크고 무거운 포식자에게 돌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최대 9톤까지 나가는 거구다. 트리케라톱스티라노사우루스를 들이받았을 때, 티라노사우루스가 무게중심을 잃고 트리케라톱스 쪽으로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트리케라톱스의 잘생긴 얼굴은 묵사발이 될지도 모른다. 잡아먹히지 않으려다가 제명에 못 살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티라노사우루스를 향해 뿔을 겨누고 질주하는 트리케라톱스의 모습은 영화나 만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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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14일 일요일

티라노사우루스는 눈 뜬 장님이었을까?

 “절대 움직이지 마세요. 녀석은 움직이는 물체만 볼 수 있습니다.
─ 영화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 1993)> 중에서

Fig 1. 섬광신호기에 반응하는 영화 속 티라노사우루스.
(이미지 출처 : www.jurassicworlduniverse.com)

          영화 <쥬라기 공원>의 히어로 그랜트 박사는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가 마치 개구리처럼 움직이는 사물에만 반응을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당시 영화의 과학 자문위원을 맡았던 미국 로키박물관(Museum of the Rockies)의 큐레이터 존 호너(John R. Horner)박사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시킨 것이었다. 길이가 약 1.5 m 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머리에는 지름이 12 cm 정도 되는 눈알 두 개가 들어가 있었는데, 호너 박사는 야구공만한 티라노사우루스의 눈이 머리 크기에 비해 너무 작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티라노사우루스가 작은 눈을 가졌기 때문에 시력이 그리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Fig 2. 육식공룡 알로사우루스의 복원된 머리. 머리의 양옆이 납작해서 눈이 옆을 향한다.
(이미지 출처 : http://ix.cs.uoregon.edu/~kent/paleontology/binocularVision/)


Fig 3. 육식공룡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의 복원된 머리. 알로사우루스와 마찬가지로 머리가 납작하다.
(이미지 출처 : http://ix.cs.uoregon.edu/~kent/paleontology/binocularVision/)

          하지만 2006년에 공개된 미국 오리건대학(University of Oregon)의 켄트 스티븐스(Kent A. Stevens) 교수의 연구결과는 호너 박사의 주장과 정 반대로 나왔다. 스티븐스 교수는 티라노사우루스를 포함해 여러 공룡의 머리를 복원해서 두 눈의 시야가 얼마나 겹치는지에 대해 실험을 했다. 눈의 시야는 많이 겹치면 겹칠수록 거리판단 능력과 공간지각 능력이 향상되며, 포식동물은 교차시야가 넓을수록 더 활동적으로 사냥하는 경우가 많다. 실험결과, 알로사우루스(Allosaurus) (Fig 2) 그리고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Carcharodontosaurus) (Fig 3)와 같은 일반적인 카르노사우루스류의 경우 양 눈의 교차시야가 약 20도 정도였다.

FIg 4.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표본을 참고해 복원한 티라노사우루스의 머리.
다른 육식공룡들과 달리 머리 뒷부분이 넓어서 눈이 앞을 향한다.
(이미지 출처 : http://ix.cs.uoregon.edu/~kent/paleontology/binocularVision/)

          이들과 달리 티라노사우루스는 최대 55도의 교차시야를 보였는데(Fig 4), 이는 티라노사우루스가 다른 공룡들보다 눈이 앞을 향하며 사물을 더 입체적으로 보았음을 의미했다. 실제로 티라노사우루스의 머리 앞에 서보면 마치 사자나 호랑이와 같은 맹수처럼 눈이 똑바로 앞을 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더 나아가 스티븐스 교수는 티라노사우루스가 그 어떤 육상 척추동물 보다 큰 눈을 가졌다고 언급했다. 물론 호너 박사의 의견처럼 몸길이 13 m나 되는 거대한 몸집에 붙어 있는 야구공만한 눈알은 작다. 하지만 오늘날 살아있는 척추동물 중 가장 큰 눈을 가진 대왕고래(Balaenoptera musculus)가 지름 15 cm 정도 되는 눈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티라노사우루스는 상당히 큰 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Fig 5. 오늘날의 범람원 환경. 6,600만 년 전 티라노사우루스가 살았던 동네와 비슷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 www.geologyclass.org)

          스티븐스 교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시력이 사람보다 약 13배 더 좋았을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정도면 오늘날의 독수리보다도 좋은 시력이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시력이 뛰어났던 이유는 아마도 이들이 살았던 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나무가 우거진 숲이나 산속이 아닌 드넓은 범람원 지역에서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FIg 5). 어쩌면 앞을 향하는 거대한 망원렌즈 같은 눈을 이용해 티라노사우루스는 탁 트인 평원에서 먹잇감을 찾아다녔을지도 모른다.

Fig 6.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 인형을 보고 놀라는 아이들. 실제 공룡이 아닌 게 다행이다.
(이미지 출처 : www.cornwalllife.co.uk)

          이 정도 시력이면 완벽한 사냥꾼의 눈이 아닐까? 그러니 티라노사우루스를 만나게 되면 절대로 영화에서처럼 가만히 있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닭에서 치킨너겟이 된 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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