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4일 일요일

티라노사우루스는 눈 뜬 장님이었을까?

 “절대 움직이지 마세요. 녀석은 움직이는 물체만 볼 수 있습니다.
─ 영화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 1993)> 중에서

Fig 1. 섬광신호기에 반응하는 영화 속 티라노사우루스.
(이미지 출처 : www.jurassicworlduniverse.com)

          영화 <쥬라기 공원>의 히어로 그랜트 박사는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가 마치 개구리처럼 움직이는 사물에만 반응을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당시 영화의 과학 자문위원을 맡았던 미국 로키박물관(Museum of the Rockies)의 큐레이터 존 호너(John R. Horner)박사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시킨 것이었다. 길이가 약 1.5 m 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머리에는 지름이 12 cm 정도 되는 눈알 두 개가 들어가 있었는데, 호너 박사는 야구공만한 티라노사우루스의 눈이 머리 크기에 비해 너무 작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티라노사우루스가 작은 눈을 가졌기 때문에 시력이 그리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Fig 2. 육식공룡 알로사우루스의 복원된 머리. 머리의 양옆이 납작해서 눈이 옆을 향한다.
(이미지 출처 : http://ix.cs.uoregon.edu/~kent/paleontology/binocularVision/)


Fig 3. 육식공룡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의 복원된 머리. 알로사우루스와 마찬가지로 머리가 납작하다.
(이미지 출처 : http://ix.cs.uoregon.edu/~kent/paleontology/binocularVision/)

          하지만 2006년에 공개된 미국 오리건대학(University of Oregon)의 켄트 스티븐스(Kent A. Stevens) 교수의 연구결과는 호너 박사의 주장과 정 반대로 나왔다. 스티븐스 교수는 티라노사우루스를 포함해 여러 공룡의 머리를 복원해서 두 눈의 시야가 얼마나 겹치는지에 대해 실험을 했다. 눈의 시야는 많이 겹치면 겹칠수록 거리판단 능력과 공간지각 능력이 향상되며, 포식동물은 교차시야가 넓을수록 더 활동적으로 사냥하는 경우가 많다. 실험결과, 알로사우루스(Allosaurus) (Fig 2) 그리고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Carcharodontosaurus) (Fig 3)와 같은 일반적인 카르노사우루스류의 경우 양 눈의 교차시야가 약 20도 정도였다.

FIg 4.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표본을 참고해 복원한 티라노사우루스의 머리.
다른 육식공룡들과 달리 머리 뒷부분이 넓어서 눈이 앞을 향한다.
(이미지 출처 : http://ix.cs.uoregon.edu/~kent/paleontology/binocularVision/)

          이들과 달리 티라노사우루스는 최대 55도의 교차시야를 보였는데(Fig 4), 이는 티라노사우루스가 다른 공룡들보다 눈이 앞을 향하며 사물을 더 입체적으로 보았음을 의미했다. 실제로 티라노사우루스의 머리 앞에 서보면 마치 사자나 호랑이와 같은 맹수처럼 눈이 똑바로 앞을 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더 나아가 스티븐스 교수는 티라노사우루스가 그 어떤 육상 척추동물 보다 큰 눈을 가졌다고 언급했다. 물론 호너 박사의 의견처럼 몸길이 13 m나 되는 거대한 몸집에 붙어 있는 야구공만한 눈알은 작다. 하지만 오늘날 살아있는 척추동물 중 가장 큰 눈을 가진 대왕고래(Balaenoptera musculus)가 지름 15 cm 정도 되는 눈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티라노사우루스는 상당히 큰 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Fig 5. 오늘날의 범람원 환경. 6,600만 년 전 티라노사우루스가 살았던 동네와 비슷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 www.geologyclass.org)

          스티븐스 교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시력이 사람보다 약 13배 더 좋았을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정도면 오늘날의 독수리보다도 좋은 시력이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시력이 뛰어났던 이유는 아마도 이들이 살았던 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나무가 우거진 숲이나 산속이 아닌 드넓은 범람원 지역에서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FIg 5). 어쩌면 앞을 향하는 거대한 망원렌즈 같은 눈을 이용해 티라노사우루스는 탁 트인 평원에서 먹잇감을 찾아다녔을지도 모른다.

Fig 6.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 인형을 보고 놀라는 아이들. 실제 공룡이 아닌 게 다행이다.
(이미지 출처 : www.cornwalllife.co.uk)

          이 정도 시력이면 완벽한 사냥꾼의 눈이 아닐까? 그러니 티라노사우루스를 만나게 되면 절대로 영화에서처럼 가만히 있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닭에서 치킨너겟이 된 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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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1. 티라노사우루스 앞에서 깐족거렸다가는 큰일나겠군요. ㅠㅠ 복원된 머리만 봐도 괜스레 무서워지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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