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8일 수요일

2014년 후쿠이현 국제아시아공룡심포지엄 (PART2)

 이제서야 『2014년 후쿠이현 국제아시아공룡심포지엄 (PART2)』를 작성한다. 기억이 벌써부터 가물가물해지고 있지만, 더 잊어버리기 전에 블로그에 기록을 해야겠다. 『2014년 후쿠이현 국제아시아공룡심포지엄 (PART1)』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시오.

 『2014년 후쿠이현 국제아시아공룡심포지엄 (PART1)』바로가기

 심포지엄 둘째날(2014년 3월 22일), 충남대 한상영 선생님과 함께 심포지엄 장소로 향했다. 필자와 한상영 선생님이 묶었던 숙소는 심포지엄 행사장인 후쿠이현립대학과 거리상 상당히 멀었다. 하지만 대학측에서 운영한 셔툴버스 덕분에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여느 심포지엄 행사처럼 오전부터 바로 발표가 진행되었다.

Fig. 1. 저장자연사박물관의 웬지에 젱(Wenjie Zheng) 연구원과 함께.
필자는 젱 연구원을 2012년 전라남도 광주시에서 열린 세계중생대육성생태학회
(Symposium on Mesozoic Terrestrial Ecosystems, Korea 2012)에서 처음 만났다.

 국제 심포지엄 행사장은 처음 뵙는 학자분들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주지만, 과거에 뵈었던 학자분들을 오랜만에 다시 뵐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필자는 오랜만에 저장자연사박물관(Zhejiang Museum of Natural History)의 웬지에 젱(Wenjie Zheng) 연구원을 만날 수 있었다(Fig. 1). 젱 연구원은 저장성(浙江省)의 안킬로사우루스류(Ankylosauridae)와 이구아노돈류(Iguanodontia)를 연구한다. 2012년 8월, 전라남도 광주시에서 개최되었던 세계중생대육성생태심포지엄(Symposium on Mesozoic Terrestrial Ecosystems, Korea 2012)에서 그를 처음 만났으며, 그때의 만남을 계기로 필자는 구하기 힘든 중국문헌들을 그를 통해 구하고 있다. 필자보다 나이가 많은 형님이지만, 필자의 높은 액면가 때문일까... 동갑처럼 보인다(Fig.1).

Fig. 2. 『국제아시아공룡심포지엄』행사장 앞에서 찍은 사진.
(좌에서 우로) 충남대 한상영 선생님, 벨기에왕립자연사박물관의
파스칼 고데프로이트(Pascal Godefroit) 박사님, 그리고 필자. 

 벨기에왕립자연사박물관(Royal Belgian Institute of Natural Science)의 파스칼 고데프로이트(Pascal Godefroit) 박사님 또한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오랜만에 뵐 수 있었다(Fig. 2). 고데프로이트 박사님 또한 2012년 세계중생대육성생태심포지엄을 통해 처음 뵈었다. 그후 필자는 조각류(Ornithopoda) 뒷발구조 연구를 위해 벨기에왕립자연사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박사님께서 박물관 안내와 브뤼셀(Brussels) 시내구경을 시켜주셨다. 필자에겐 동네아저씨같은 분이시다. 정말 좋으신 분이다. (박사님은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아주 특별한 신조반류(Neornithischia) 공룡을 보고하셨는데, 아직 논문으로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다음에 하겠다.)

Fig. 3. 휴식시간, 박물관 홍보 코너에서 찍은 사진. (좌에서 우로) 후쿠이현 홍보 직원분,
팔레오아티스트 히로카주 토쿠가와(Hirokazu Tokugawa) 선생님, 필자,
그리고 충남대 한상영 선생님. 

 발표 세션 중간에는 20분 휴식시간이 존재한다. 휴식시간은 다른 학자분들과 발표에 대한 대화, 그리고 정보 교환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간이다. 단순히 커피나 마시고 화장실에 가는 시간이 아니다. 필자는 휴식시간을 이용해 그동안 SNS를 통해 알고 지내온 팔레오아티스트(paleoartist) 히로카주 토쿠가와(Hirokazu Tokugawa) 선생님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Fig. 3). 토쿠가와 선생님은 고생물 모형제작으로 아주 유명하신데, 선생님의 웹사이트(http://www.ne.jp/asahi/fragi/ragi/)와 블로그(http://a-fragi.blogspot.kr)를 통해 선생님의 최근 작품들을 구경할 수가 있다. 언급된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알겠지만, 선생님의 모형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을 직접 보고 제작한 것과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매우 섬세하게 제작되었다. (정말로 스고이(すごい)!) 필자가 존경하는 팔레오아티스트 분들 중 한분이다.

Fig. 4. 휴식시간 중, 화장실 가시는 수 싱(Xu Xing) 박사님을 붙잡고 사진을 찍었다.
(좌에서 우로) 충남대 한상영 선생님, 베이징고생물고인류연구소 수 싱 박사님, 그리고 필자.

 베이징고생물고인류연구소(Institute of Vertebrate Paleontology and Paleoanthropology)의 수 싱(Xu Xing) 박사님도 정말 오랜만에 뵐 수 있었다. 2년만에 뵙는 것이였지만, 다행히 필자를 기억하고 계셨다. (셰셰(谢谢).) 기회있으면 연구소로 놀러오라고는 하셨지만, 놀러가기 위해서는 비행기표가 필요할 정도의 거리이다보니, 먼 미래에나 가능할 듯 싶다.

Fig. 5. 몽골과학원 고생물센터의 카쉬그자브 작토바타르(Khishigjaw Tsogtbaatar)
박사님과의 한컷. 요즘들어 한국에서 자주 뵙는 것 같다.

 작년 12월, 화성국제공룡탐사심포지엄(Hwaseong International Dinosaurs Expedition Symposium)에서도 뵈었던 몽골과학원(Mongolian Academy of Sciences)의 카쉬그자브 작토바타르(Khishigjaw Tsogtbaatar) 박사님을 다시 뵐 수 있었다(Fig. 5). 요즘들어 너무 자주 뵙는 것 같다. 박사님은 작톡하층(Djadokhta Formation)에서 새롭게 발견된 하드로사우루스형류(Hadrosauroid)에 대해 발표하셨는데, 필자는 운 좋게도 심포지엄이 끝나고 나고야과학박물관(Nagoya Science Museum)의 몽골공룡특별전에서 그 화석표본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가 있었다.

Fig. 6. 오사카자연사박물관의 스테고사우루스(Stegosaurus) 전문가,
쇼지 하야시(Shoji Hayashi) 박사님과의 한컷. 직접 뵐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오사카자연사박물관(Osaka Museum of Natural History)의 쇼지 하야시(Shoji Hayashi) 박사님은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처음 뵈었다(Fig. 6). 물론 이전에는 논문을 통해서만 박사님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필자가 부러워하는 학자분들 중 한분이다. 그 이유는 하야시 박사님이 스테고사우루스(Stegosaurus)를 연구하시기 때문. 필자와 친한 사람이라면,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공룡이 스테고사우루스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스테고사우루스를 연구하는 것은 필자의 소원이지만, 우리나라에는 그 어떤 스테고사우루스류(Stegosauria)의 흔적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 소원은 쉽게 이루지 않고 있다. 일본 또한 우리나라와 상황이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의 것이 없으면 남의 것을 연구하면 되는 법. 하야시 박사님의 경우, 해외의 화석표본들을 가지고 연구를 하신다. 부러워도 너무 부럽다. 

Fig. 7. 14번 패널에 붙여져있는 필자의 발표포스터.
아쉽게도 옆 패널의 발표자분은 오시지 않았다. (사진제공 : ISADF2014)

 구두발표 세션이 모두 끝나고, 포스터발표 세션이 시작되었다. 필자는 포스터발표를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학자분들이 관심을 가져줘서 고마웠다. 필자는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최초의 도마뱀화석에 대해 발표했는데, 나중에 공식적인 보고가 이루어지면 블로그를 통해 자세히 소개를 하겠다. 필자의 옆 패널은 군마공룡박물관(Gunma Dinosaur Museum)의 나오키 이케가미(Naoki Ikegami) 연구원의 자리였다. 하지만 박물관 이사문제 때문에 아쉽게도 심포지엄에 참석하지 못했다. 

Fig. 8. 발표포스터에 대해 나름 열심히 설명하는 필자와
진지하게 들어주시는 토야마대학의 켄지 카시와기(Kenji Kashiwagi) 교수님.
필자는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열심히 설명을 했다. (사진제공 : ISADF2014)

 이번 국제아시아공룡심포지엄에는 척추고생물학자들만 참여한 것이 아니다. 필자는 백악기 방산충(Radiolaria) 전문가이신 토야마대학(University of Toyama)의 켄지 카시와기(Kenji Kashiwagi) 교수님을 심포지엄에서 뵐 수 있었다(Fig. 8). 방산충과 같은 미화석은 과거의 환경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화석증거자료로 쓰인다. 필자는 카시와기 교수님을 IGCP608(International Geoscience Programme Project 608) 국제심포지엄에서 처음 뵈었는데, 이번 공룡심포지엄에서 다시 뵙게되어 너무나 반가웠다. (필자는 IGCP608 심포지엄 참석 중에 심한 배탈이 났었는데, 카시와기 교수님께서 주신 일본전통약을 먹고 완쾌한 적이 있다. 생명의 은인이시다.)

Fig. 9. 기모노 입고 춤을 추는 일본 누나들.
Fig. 10. 웃으며 필자를 반기는 각종 해산물.
팔자는 정말로 혀위에서 회가 녹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왔다.

 첫날과 마찬가지로, 모든 발표세션이 끝나고 파티가 있었다. 기모노 입은 누나들의 춤 공연이 있었는데, 넋을 놓고 봤다(Fig. 9). 공연이 끝나고, 온갖 종류의 생선회와 육류가 필자를 반겼다(Fig. 10). 특히 와사비가 맛있었는데, 직접 갈아서 만든 것이다보니 한국의 짜먹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필자는 와사비가 혀위에서 놀도록 놔두었다. 
 
 이로써, 심포지엄의 일정은 모두 끝이 났다. 다른 학자분들과 헤어지게 되어 많이 아쉬웠지만, 가장 큰 아쉬움은 와사비와의 이별이였다. 와사비 때문이라도 다시 올 것이다. 정말이다.

『2014년 후쿠이현 국제아시아공룡심포지엄』끝.


[바로가기]

2014년 5월 27일 화요일

라에랍스(Laelaps)의 거침없는 하이킥 (반포고등학교 『공룡 오디세이』강연)

Fig. 1. 필자의 반포고등학교 과학강연 프레젠테이션 자료 표지.
이름을 넣었더니 매우 오글거리는 제목이 되어버렸다.

 필자는 운이 좋게도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관계자분들을 통해 지난 5월 24일(토요일),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반포고등학교의 과학강연을 하나 맡을 수 있었다. 강연주제는 출판사『뿌리와 이파리』의 『오파비니아』시리즈 중 『공룡 오디세이(Dinosaur Odyssey, 2009)』(Fig.1). 결국 필자는 강연 2주전에 『공룡 오디세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였고, 드디어 그렇게 읽기 힘들어했던 『오파비니아』시리즈 중 한권을 끝내게 되었다. (만세!) 

Fig. 2. 강당에 모여앉은 판포고등학교 학생들.
학생의 수보단 강당의 크기 때문에 놀랐다.

 강연을 위해 강당에 들어갔더니 고등학생 약 150명이 앉아있었다. 엄청난 수였지만, 강당이 커서 적어보였다(Fig. 2). 약 10년만에 고등학교에 갔더니 젊음의 기(氣)를 잔뜩 얻어온 기분이다. 확실히 고등학교의 분위기가 옛날이랑 많이 바뀐 것 같다.

Fig. 3. 질의응답 시간. 학생들은 많은 질문들을 해주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분위기를 조금 알 것 같다.

 주어진 강연시간은 1시간 30분이었으며, 다행히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었다. 강연 이후 약 20분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과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강연을 들으러 와서 그런지, 의외로 좋은 질문들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Fig. 4. 하드로사우루스(Hadrosaurus)를 공격(?)하는
라에랍스(Laelaps, 지금의 드립토사우루스). 1905년, 요셉 스밋(Joseph Smit)의 작품.

Fig. 5. 벤자민 호킨스(Benjamin Hawkins)의
『뉴저지의 백악기 생물들(Cretaceous Life in New Jersey, 1877)』중,
하드로사우루스(Hadrosaurus)를 공격하는 라에랍스(Laelaps).
하지만 아무리 봐도 필자의 눈에는 함께 춤을 추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필자는 옛날 이야기야말로 과학이란 소재를 일반인들에게 재밌게 소개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고생물학에서는 공룡들의 우스광스러운 과거 복원도들이 가장 많은 웃음거리를 선사한다. 이번 강연에서는 요셉 스밋(Joseph Smit)의 1905년도 작품인 『라에랍스(Laelaps)』(Fig. 4), 그리고 벤자민 호킨스(Benjamin Hawkins)의 1877년도 작품인 『뉴저지의 백악기 생물들(Cretaceous Life in New Jersey)』(Fig. 5)을 학생들이 가장 많이 좋아했다. 특히 스밋의 작품에 등장하는 "낭심 차는" 육식공룡의 모습은 두고두고 볼 명장면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Fig. 6. 반포고등학교 학생들과의 기념촬영. 강연에 집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을 보내주신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김용신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기념사진 촬영을 끝으로 필자의 『공룡 오디세이』강연은 끝이 났다. 강연을 끝 마치고 박물관 관계자분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도가니탕, 맛있었다. (사실 배가 많이 고파있었다.) 정말 의미있는 하루였다. 약 2시간동안 쉴틈없이 말하는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그리고 도가니탕이 얼마나 맛있는 것인지.. 두 가지를 모두 알게된 날이기 때문이다.





2014년 5월 26일 월요일

[ 고생물학 속 고질라 (5) ] 과연 고질라는 공룡일까?


 『고생물학 속 고질라』게시물 시리즈를 끝 마치기 전,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고생물이 있다. 바로 고질라다. 물론 상상속의 캐릭터긴 하지만, 필자는 어렸을때부터 고질라가 과연 어떤 공룡인지에 대해 궁금했었다. 등에 발달한 골판은 스테고사우루스(Stegosaurus)의 것을 연상시키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수각류(Theropoda)이다. 고질라는 어떤 공룡이었을까?

Fig. 1. 케네스 카펜터(Kenneth Carpenter) 박사님의 고질라 골격도.
좌측 하단의 실루엣은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 (From Carpenter, 1998) 

 재밌게도 고질라의 분류를 시도한 몇몇 학자분들이 계신다. 덴버자연사박물관(Denver Museum of National & Science)의 케네스 카펜터(Kenneth Carpenter) 박사님은 고질라를 케라토사우루스류(Ceratosauria)로 분류하셨는데(Carpenter, 1998), 4개의 앞발가락과 발달된 등면 골편(osteoderm)이 케라토사우루스(Ceratosaurus)와 유사하기 때문이다(Fig. 1). 카펜터 박사님은 고질라의 짧고 깊은 두개골에 대해서도 언급하셨는데, 아벨리사우루스류(Abelisauridae)의 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아마도 원시 케라토사우루스류와 아벨리사우루스류의 전이단계에 해당하는 분류군으로부터 고질라가 기원했을 것으로 여기셨다. (만약 카펜터 박사님의 추측이 맞다면, 결국 고질라와 둘리는 같은 분류군이다...)

Fig. 2. 고질라 골격도(2014년도 'LegendaryGoji', 팬아트). ⓒ Anton

 하지만 고질라가 과연 공룡이었을까? 모든 학자들이 카펜터 박사님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앨버타대학(University of Alberta)의 안킬로사우루스류(Ankylosauridae) 전문가인 빅토리아 아르보(Victoria Arbour) 박사는 최근에 그녀의 블로그(http://pseudoplocephalus.blogspot.ca)를 통해 고질라가 위악류(僞顎類, pseudosuchia)─포포사우루스형류(Poposauroidea)와 악어형류(Crocodylomorpha)를 포함하는 분류군─일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였다. 사실, 최근에 개봉한 영화에 등장하는 고질라의 모습을 보면 공룡보다는 악어류와 매우 유사하다. 등면과 배면을 덮는 골편구조, 사지의 형태는 악어류의 것과 유사하며, 몸을 좌우로 흔들며 유영을 하는 모습 또한 악어류를 연상시킨다. 공룡류의 경우, 골격구조상 몸통의 주된 움직임이 상하 방향이며, 좌우의 움직임은 제한적이다(송지영, 2011). 만약 고질라가 공룡이었다면 유영시 몸을 고래처럼 상하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적합했을 것이다.

Fig. 3. 배면에서 바라본 아메리카앨리게이터(Alligator mississippinensis)(좌)와
바다악어(Crocodylus porosus)(우)의 구개(palate). (From www.skullsite.co.uk)

Fig. 4. 영화『고질라(Godzilla, 2014)』에서 고질라가 포효하는 장면.
고질라에게는 2차구개(secondary palate)가 발달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럼 고질라는 위악류 분기도에서 어디쯤에 위치할까? 분기도의 상위부근에 해당하는 악어형류의 경우, 상악골(maxilla), 구개골(palatine), 익형골(pterygoid)에 의해 형성된 2차구개(secondary palate) 구조를 보인다(Fig. 3). 반면, 위악류 중 하위에 해당하는 분류군들은 비교적 열린 구개구조를 보인다. 필자는 이번에 개봉한 『고질라』영화에서 고질라가 포효할 때마다 구개를 확인할 수가 있는데, 2차구개가 없고 구개 돌기(palatal process)가 내측면에 발달해 있음을 알 수가 있다(Fig. 4). 이러한 구개구조 때문에 필자는 고질라가 원시형태의 위악류일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고질라가 공룡이였으면 하지만,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고질라는 공룡보다는 오히려 악어류와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훗날, 영화제작사측에서 고질라를 공룡이라한다면... 필자는 할말이 없다. 사실  공룡이든 아니든, 고질라의 분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고질라』 속편이 더 나온다는 사실이다(McGloin, 2014). 고질라 만세!

 『고생물학 속 고질라』끝.


[참고문헌]

송지영. 2011. 꼬리뼈에 근거한 코리아케라톱스의 재해석. 고생물학회지 제27권 제2호, p. 291.

Arbour, V. May 14, 2014. The Systematic Position of the King of the Monsters. Retrieved on May 27, 2014 from http://pseudoplocephalus.blogspot.ca/2014/05/the-systematic-position-of-king-of.html

Carpenter, K. 1998. A dinosaur paleontologist’s view of Godzilla. In Lees, J. D. & Cerasini, M. (eds) The Official Godzilla Compendium. Random House (New York), pp. 102-106.

McGloin, M. May 18, 2014. Godzilla 2014 Sequel Said To Be Confirmed. Retrieved on May 27, 2014 from http://movies.cosmicbooknews.com/content/godzilla-2014-sequel-said-be-confirmed




[바로가기]

『고생물학 속 고질라 (1)』고질라가 밟고 갔나? 돌이 되어버린 매트, "고드질루스(Godzillus)"

『고생물학 속 고질라 (2)』다코사우루스(Dakosaurus)라 쓰고, 고질라라 읽어다오!

『고생물학 속 고질라 (3)』고질라를 사랑한 어느 팬, 그리고 그의 고지라사우루스(Gojirasaurus)

『고생물학 속 고질라 (4)』악마의 입술을 가진 상어

『고생물학 속 고질라 (5)』과연 고질라는 공룡일까?




[ 고생물학 속 고질라 (4) ] 악마의 입술을 가진 상어

Fig. 1. 고질라상어의 화석. 뉴멕시코(New Mexico)주에 위치한
만자노산(Manzano Mountain)에서 산출되었다. 

 『고생물학 속 고질라』시리즈를 케네스 카펜터(Kenneth Carpenter) 박사님의 고지라사우루스(Gojirasaurus)를 마지막으로 끝을 낼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고질라』의 개봉 때문일까.. 뉴멕시코(New Mexico)주에서 새롭게 발견된 크테나칸투스류(Ctenacanthidae) 상어의 화석에게 '고질라상어'란 별명이 주어지는 바람에 이렇게 게시물을 이어서 작성하게 되었다(FIg. 1).

Fig. 2. 고질라상어의 복원도(좌측 상단), 화석그림(좌측 하단),
상어와 함께 발견된 어류화석(우측  중앙).

 고질라상어는 만자노산(Manzano Mountain), 펜실베니아기(Pennsylvanian period)에 해당하는 지층에서 발견되었으며, 현재 뉴멕시코과학자연사박물관(New Mexico Museum of Natural History and Science)이 소장 중이다. 이 화석을 현재 연구 중인 존-폴 호드넷(John-Paul Hodnett)씨는 필자와 같은 독립연구자이다. 그에 의하면 고질라상어와 고질라는 많은 유사점을 가진다고 한다. 그가 언론을 통해 공개한 고질라상어의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1. 다른 크테나칸투스류보다 훨씬 큰 등지느러미 가시구조(FIg. 2). 
  2. 짧고 뾰족한 이빨형태.
  3. 피부에 발달한 조립의 피치(皮齒, dermal denticle).
  4. 함께 발견된 다른 어류화석들보다 훨씬 큰 몸집(FIg. 2).

Fig. 3. 고질라상어 두개골 부위의 CT촬영 이미지.
입술부위에 발달한 오돌토돌한 이빨들이 보인다.

 하지만 고질라상어에게는 놀라운 비밀이 있었는데, 바로 이빨이 잔뜩 나있는 입술의 존재이다. 이는 CT촬영을 통해 밝혀졌는데(Fig. 3), 호드넷씨는 이러한 독특한 입술구조가 먹이감을 효과적으로 붙잡는 용도로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있다. (다른 크테나칸투스류는 흡착식 구강구조를 가진다.)

Fig. 4. CT촬영 이전(좌), 이후(우)의 고질라상어 머리 복원도. 

 아직 학명이 부여된 화석생물종은 아니지만, 초기연구단계에서부터 이런 좋은 결과들이 나오는 걸 보면, 앞으로도 많은 정보를 알려줄 중요한 표본임은 확실한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연구가 끝나지 않은 화석이 '고질라상어'란 별명을 갖고, 『고질라』개봉시기에 맞춰 보도된 것을 보면... 그저 화석홍보를 위한 뉴멕시코과학자연사박물관의 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참고문헌]

Viegas, J. May 19, 2014. Godzilla Shark Had Teeth on Its Lips. Retrieved on May 27, 2014 from http://news.discovery.com/animals/sharks/godzilla-shark-had-teeth-on-its-lips-140519.htm




[바로가기]

『고생물학 속 고질라 (1)』고질라가 밟고 갔나? 돌이 되어버린 매트, "고드질루스(Godzillus)"

『고생물학 속 고질라 (2)』다코사우루스(Dakosaurus)라 쓰고, 고질라라 읽어다오!

『고생물학 속 고질라 (3)』고질라를 사랑한 어느 팬, 그리고 그의 고지라사우루스(Gojirasaurus)

『고생물학 속 고질라 (4)』악마의 입술을 가진 상어

『고생물학 속 고질라 (5)』과연 고질라는 공룡일까?




2014년 5월 19일 월요일

[ 고생물학 속 고질라 (3) ] 고질라를 사랑한 어느 팬, 그리고 그의 고지라사우루스(Gojirasaurus)

Fig. 1. 덴버자연사박물관 동부유타주립대학 선사박물관
케네스 카펜터(Kenneth Carpenter) 박사님.
척추고생물학자이자 고질라 팬이시다. ⓒ Utah State University Eastern

 고질라(Godzilla) 팬들은 이번에 개봉한 영화 『고질라(Godzilla, 2014)』를 수년간 기다렸을 것이다. 특히 척추고생물학자 중에서는 고질라 팬들이 많은데, 이는 아마도 고생물(특히 공룡)과 유사한 고질라의 외형과 많이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고질라를 통해 고생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학계의 대선배님이신 덴버자연사박물관(Denver Museum of National & Science) 동부유타주립대학교 선사박물관(Utah State University Eastern, Prehistoric Museum)의 케네스 카펜터(Kenneth Carpenter, 1949 ~) 박사님의 경우가 대표적이다(Fig. 1). 카펜터 박사님은 어린시절 부모님과 함께 관람한 영화『수폭대괴수 고지라(ゴジラ, 1954)』를 통해 고질라를 처음 접하게 되었고, 그후 공룡학자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하지만 박사님은 나중에 공룡이 고질라만큼 거대하지 않다는 사실에 다소 실망하긴 하셨지만, 어릴적 고질라 영화의 영향을 받아 지금은 세계 최고의 장순류─Thyreophora, 스테고사우루스류와 안킬로사우루스류를 포함하는 갑옷공룡무리─전문가가 되셨다.)

※ 카펜터 박사님의 소속이 틀렸습니다. 알려주신 한상영 선생님(충남대학교 지질학과)에게 감사드립니다.

Fig. 2. 고지라사우루스 쿠아이(Gojirasaurus quayi)의 복원도.
이름과 걸맞는 몸집은 아닌 것 같지만 후기 트라이아스기의 육식공룡
중에서는 헤브급에 포함된다. ⓒ M. Shiraishi

 카펜터 박사님은 고질라를 너무나도 사랑하신 나머지, 1997년에는 고지라사우루스 쿠아이(Gojirasaurus quayi)라는 이름의 원시 수각류(Theropoda)를 명명하셨다(Fig. 2). 속명의 '고지라'는 일본어 발음으로 표기한 고질라의 이름이며, 종명의 '쿠아이'는 이 공룡이 발견된 퀘이 카운티(Quay County)의 지명을 딴 것이다. 완전모식표본(holotype)인 UCM 47221는 후기 트라이아스기 쿠퍼캐니언층(Cooper Canyon Formation)에서 산출되었다(Carpenter, 1997).

Fig. 3. 고지라사우루스 쿠아이(Gojirasaurus quayi)의 (A) 이빨.
(B)는 이빨의 톱날구조, (C)는 코엘로피시스(Coelophysis)의 이빨 톱니구조.
스케일바는 5 mm. (From Carpenter, 1997)

Fig. 4. 고지라사우루스 쿠아이(Gojirasaurus quayi)의 완전모식표본(holotype),
UCM 47221 중 우측 견갑골. (A) 내측면(medial), (B) 등면(dorsal), (C) 측면(lateral).
스케일바는 10 cm. (From Carpenter, 1997)

Fig. 5. 고지라사우루스 쿠아이(Gojirasaurus quayi)의 완전모식표본(holotype),
UCM 47221 중 척추뼈 요소. 표본 척추A의 (A) 앞면(anterior), (B) 등면(dorsal),
(C) 좌측면(left lateral), (D) 후면(posterior). 나머지 (E), (F), (G)는 추체(centrum)만 보존
(from Carpenter, 1997). 하지만 Nesbitt et al (2007)은 이것을 라우이수쿠스류(Rauisuchia)인
슈보사우루스(Shuvosaurus)의 것으로 해석하였다.

 공식적으로 기재된 고지라사우루스(Gojirasaurus)의 골격화석은 이빨(Fig. 3), 경추늑골(cervical rib), 3개의 불완전한 늑골, 우측 견갑골(scapula)(Fig. 4), 4개의 척추(Fig. 5), 2개의 복늑골(gastralia), 1개의 혈관궁(chevron), 우측 치골(pubis), 좌측 경골(tibia), 1개의 중족골(metatarsal)을 포함시키며, 첫 공식적인 기재 이후 일부 학자들에 의해 고지라사우루스딜로포사우루스(Dilophosaurus)보다 진화된 종류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에 의해 일부 골격부위가 라우이수쿠스류(Rauisuchia)와 코엘로피시스형류(Coelophysoidea)의 것임이 밝혀지면서 고지라사우루스 속의 존재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e.g., Nesbitt et al., 2007).

 하지만 필자는 고지라사우루스가 의문명(nomen dubium)인지에 대한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질라의 이름이 들어간 최초의 공룡 학명이란 이유 하나만으로도.. 고지라사우루스는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가? 고질라를 사랑해서 공룡연구를 시작했고, 연구한 공룡에게 고질라의 이름을 붙여준 카펜터 박사님의 이야기는.. 마치 딸아이의 이름을 자신의 못이룬 첫사랑의 이름으로 지어주는.. 그런 멜로영화의 결말을 연상시킨다.


[참고문헌]

Carpenter, K. 1997. A giant coelophysoid (Ceratosauria) theropod from the Upper Triassic of New Mexico, USA. Neues Jahrbuch für Geologie und Paläontologie, Abhandlungen. 205 (2): 189-208.

Nesbitt, S. J., Irmis, R. B. and Parker, W. G. 2007. A critical re-evaluation of the Late Triassic dinosaur taxa of North America. Journal of Systematic Palaeontology. 5(2): 209–243.




[바로가기]

『고생물학 속 고질라 (1)』고질라가 밟고 갔나? 돌이 되어버린 매트, "고드질루스(Godzillus)"

『고생물학 속 고질라 (2)』다코사우루스(Dakosaurus)라 쓰고, 고질라라 읽어다오!

『고생물학 속 고질라 (3)』고질라를 사랑한 어느 팬, 그리고 그의 고지라사우루스(Gojirasaurus)

『고생물학 속 고질라 (4)』악마의 입술을 가진 상어

『고생물학 속 고질라 (5)』과연 고질라는 공룡일까?



2014년 5월 17일 토요일

스승의 날 전날, 모교에 다녀오다.


 지난주 수요일(14일), 필자는 개인적인 일도 해결하러 갈 겸, (그리고 그 다음날인 15일이 '스승의 날'이다보니) 오랜만에 학부 때 지도교수님이신 박수인 교수님(Fig. 2)을 뵈러갈 겸하여 모교(강원대학교)에 다녀왔다. 졸업후 2년만에 학교 안으로 들어서니 반가움과 숨막힘이 섞인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학교를 졸업하기 전, 필자는 재미삼아 실험실 학생들의 모습을 캐릭터화(『심슨가족』화)시킨 그림을 제작하여 실험실 문 앞에다 붙여놨었다. 오랜만에 그 실험실 문 앞에 섰는데, 그림은 그대로였다. 복도를 오가는 학생들은 바뀌었는데 말이다. 변하지 않은 그림 때문일가.. 오묘한 느낌은 조금 사라졌다.

Fig. 1. 강원대학교 박수인 교수님의 방.
이것이 진짜 과학자의 방이다.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고 교수님의 방으로 들어갔다(Fig. 1). 2년전처럼 교수님은 필자를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학부생 때 지도교수님이셨던 박수인 교수님은 국내에 몇 안되는 코노돈트(Conodont, 원시척추동물 이빨화석) 전문가이시다. 독일 마르부르크필립스대학(Philipps-Universität Marburg)에서 지질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셨으며, 최근에는 우리나라 석탄기의 갑산층과 금천층에서 산출되는 코노돈트 화석을 연구하셨다.

Fig. 2. 5월 14일, 학교 방문 중 박수인 교수님과 함께 찍은 사진.
교수님은 2년전 그대로시지만, 필자는 졸업 이후 부피가 2배나 불어났다.
사진을 찍어준 화성암석학실험실의 최윤호 석사님에게 감사드린다.

 교수님께서는 최근 야외조사 중 발견하신 각종 화석들을 보여주셨으며, 필자가 없는 동안에 있었던 재미난 에피소드들도 들려주셨다. 시간 가는줄 몰랐다. 분명 학부 때 교수님의 세미나 시간은 그렇게 천천히 갔었는데...

 사실 필자는 학부시절에 그리 말 잘 듣는 학생이 아니였다. 그래서 교수님의 잔소리도 많이 들었고, 혼이 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나니, 모든게 아름다운 기억이 되어버렸다. 마치 오랜시간이 지나 오팔화(opalized)된 암모나이트 같다고나 해야할까.

Fig. 3. 박수인 교수님의 글씨. 이날 선물로 고등학교 지구과학책을 받았다.
교수님의 가르침에 감사하여 선물을 드리러 갔다가, 역으로 제자가 선물을 받게되었다. 

 실험실에서 나올 때, 교수님께서는 필자에게 고등학교 지구과학책을 선물로 주셨다(Fig. 3). 교과서의 저자 목록에서 교수님의 성함이 유난히도 눈에 잘 띄었다. 교수님 은혜에 감사하여 선물을 드리러 갔는데.. 선물교환을 하고 온 느낌이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뭘 배우나.. 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교과서를 간단히 훑어보았다. 공룡의 멸종에 관한 글이 한 페이지있었는데, 그리 재미있진 않았다. 갑자기 공룡학자 잭 호너(Jack Horner) 박사님의 명언이 생각났다. "공룡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게 뭐요! 나는 공룡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고 싶습니다!" 결국 나도 같은 입장인 것 같다.


2014년 5월 12일 월요일

[ 고생물학 속 고질라 (2) ] 다코사우루스(Dakosaurus)라 쓰고, 고질라라 읽어다오!

Fig. 1. 2005년 2월호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표지를 장식한
"고질라" 다코사우루스 안디니엔시스(Dakosaurus andiniensis).
메트리오린쿠스류가 표지모델이 되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다.
별명 덕을 많이 본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고생물학 속 고질라』, 이번에 소개할 화석생물종은 다코사우루스 안디니엔시스(Dakosaurus andiniensis)이다. 비록 다코사우루스(Dakosaurus)속의 모식종(type species)은 아니지만, 모식종인 다코사우루스 막시무스(Dakosaurus maximus)보다 더 유명한 이유는 아마도 "고질라(Godzilla)"라는 D. 안디니엔스의 별명 때문일 것이다.

Fig. 2. 다코사우루스 안디니엔시스(Dakosaurus andiniensis)의 두개골.
ⓒ 내셔널 지오그래픽

 '안데스의 무는 도마뱀'이란 뜻을 가진 다코사우루스 안디니엔시스는 1987년, 아르헨티나에서 처음 발견되었지만, 1996년이 되서야 제대로 된 학명을 부여받을 수 있었다. D. 안디니엔시스는 '고질라'급의 외모를 가졌지만, 사실 해양악어무리인 메트리오린쿠스류(Metriorhynchidae)에 속한다.

Fig. 3. 해양 중악어류(mesosuchia)의 골격도. (a) 텔레오사우루스(Teleosaurus),
(b) 메트리오린쿠스(Metriorhynchus), (c) 게오사우루스(Geosaurus).
(From Carroll, 1988)

 메트리오린쿠스류는 수상생활에 완벽하게 체재를 변화시킨 악어류로써, 관모양(tubular-shape)의 두개골, 노형(paddle-shape)의 사지, 그리고 하미형 꼬리(hypocercal, 미추가 휘어져 하부를 이루고, 상부는 연부조직으로 이루어진 꼬리구조)를 가진다(Fig. 3). 이들은 다른 악어류와는 달리 등면을 덮는 골편(scute)이 전혀 발달하지 않았는데, 이는 유선형 체재 진화의 결과물로 해석된다(Carroll, 1988).

Fig. 4. 다코사우루스 안디니엔시스(Dakosaurus andiniensis)의 두개골 복원도.
고질라의 미소를 보는 듯 하다. (From Young et al., 2012)

 다코사우루스는 다른 메트리오린쿠스류와는 차이를 보이는데, 바로 두개골과 이빨의 형태이다. 헤엄치는 물고기를 붙잡기에 알맞은 긴 주둥이와 꼬깔형 이빨을 가진 다른 메트리오린쿠스류와는 달리, 다코사우루스는 짧고 높은 두개골과 톱날구조가 발달한 휘어진 이빨을 가진다(Fig. 4).

Fig. 5. 작은 익룡을 잡기 위해 수면 위로 튀어오르는
다코사우루스(Dakosaurus). ⓒ 내셔널 지오그래픽

 왜 다코사우루스만 다른 형태의 두개골과 이빨을 가졌을까? 다른 친척들과는 다른 섭식행위를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메트리오린쿠스류는 큰 부력을 가진 다공성(porous) 두개골과 순간 가속을 이용해 수면에서 먹잇감을 잡는 흉상어류(Carcharhiniformes)의 것과 유사한 꼬리를 가진다(Hua and Buffetaut, 1997). 아마도 다코사우루스는 꼬리를 이용해 수면 위로 튀어올라 먹이감을 물속으로 끌어당겼을 지도 모른다.『내셔널 지오그래픽지』의 표지처럼(Fig. 5), 다코사우루스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익룡을 전문으로 사냥하는 동물은 아니였을까? 필자가 만약 잡지표지 속 익룡이였다면.. 다코사우루스는 마치 고질라처럼 보였을 것이다.

Fig. 6. 다코사우루스 안디니엔시스(Dakosaurus andiniensis)의 두개골과
이 화석생물종을 명명한 라플라타 국립대학교(Universidad Nacional de La Plata)의
고생물학자, 술마 가스파리니(Zulma Gasparini) 박사님. ⓒ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실, 다코사우루스가 유명해지게 된 것은 별명 덕이 크다. 하지만 물밖으로 튀어오르는 다코사우루스를 묘사하는데 가장 좋은 별명은 "고질라" 뿐인 것 같다.


[참고문헌]

Carroll, R. L. 1988. Vertebrate Paleontology and Evolution. W. H. Freeman and Company. USA. p. 698.

Hua, S. and Buffetaut, E. 1997. Part V: Crocodylia, Introduction; pp. 357-374 in Callaway, J. and Massare, J. (eds) Ancient Marine Reptiles. London: Academic Press.

Young, M. T., Brusatte, S. L., de Andrade, M. B., Desojo, J. B., Beatty, B. L., Steel, L., Fernández, M. S., Sakamoto, M., Ruiz-Omeñaca, J. I. and Schoch, R. R. 2012. The cranial osteology and feeding ecology of the metriorhynchid crocodylomorph genera Dakosaurus and Plesiosuchus from the Late Jurassic of Europe. PLoS ONE 7(9): e44985. doi:10.1371/journal.pone.0044985




[바로가기]

『고생물학 속 고질라 (1)』고질라가 밟고 갔나? 돌이 되어버린 매트, "고드질루스(Godzillus)"

『고생물학 속 고질라 (2)』다코사우루스(Dakosaurus)라 쓰고, 고질라라 읽어다오!

『고생물학 속 고질라 (3)』고질라를 사랑한 어느 팬, 그리고 그의 고지라사우루스(Gojirasaurus)

『고생물학 속 고질라 (4)』악마의 입술을 가진 상어

『고생물학 속 고질라 (5)』과연 고질라는 공룡일까?



2014년 5월 11일 일요일

[ 고생물학 속 고질라 (1) ] 고질라가 밟고 갔나? 돌이 되어버린 매트, "고드질루스(Godzillus)"

Fig. 1. 오는 15일에 개봉을 앞둔 영화 『고질라』.
1954년에 개봉한 일본영화『수폭대괴수 고지라』의
헐리우드판 리메이크다. ⓒ Legendary

 영화『고질라(Godzilla, 2014)』의 개봉을 앞두고(Fig. 1), 필자는 뭔가 특별한 것들을 올리고 싶다. 고질라는 필자의 어릴적 히어로이자 추억이기 때문이다. 90년대 초, 필자는 일본친구들로부터 고질라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때 처음 본 고질라 영화는 『고지라 대 몬스터 제로(Godzilla Vs. Monster Zero, 1965)』(Fig. 2). 거대한 고질라와 익룡괴수 라돈, 그리고 우주괴수 킹기도라의 대결은 보고 또 봐도 재밌어 했던 기억이 있다.

Fig. 2. 영화 『고지라 대 몬스터 제로』의 한 장면.
어린필자는 아이언맨 수트보다 고질라 수트에 더 열광했었다.
ⓒ Toho

 올해로 탄생 60주년을 맞은 고질라는 일본 대중문화의 상징적인 아이콘이며,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입성한 최초의 동양권 캐릭터이다. 아시안 슈퍼스타인 고질라는 대중문화, 영화 뿐만아니라 과학계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화석생물종의 학명, 또는 별명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필자는 이번 게시물 시리즈를 통해 고질라와 연관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화석들을 소개할 것이다.

Fig. 3. 미국 신시내티대학(University of Cincinnati)에서 보관 중인
수수께끼의 화석, "고드질루스(Godzillus)".

 2012년, 미국 켄터키주(Kentucky)의 아마추어 고생물학자 론 파인(Ron Fine)씨는 여러 타원형으로 이루어진 약 2 m 길이의 돌로 된 쿠션패트와 같은 화석을 발견했다(FIg. 3). 그는 이 거대한 돌패트를 '고질라'의 이름을 따서 "고드질루스(Godzillus)"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화석의 전체적인 모습이 마치 고질라가 밟고 지나간 도쿄시(Tokyo)의 모습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라 한다. ("고드질루스"는 학명이 아닌 그저 별명이다. 또한 고드질루스라는 이름은 현생 거대 갑각류에게 이미 부여된 학명이기 때문에 사용될 수가 없다.)

Fig. 4. "고드질루스"를 이루는 타원형의 물체.

 "고드질루스"는 약 4억5만년전에 해당하는 지층에서 발견되었으며, 2012년 미국지질학회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고드질루스"의 표면에는 울퉁불퉁한 얼룩 무늬가 발달해 있으며(Fig. 4), 주변에서는 각종 삼엽충화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신시내티대학의 데이비드 메이어(David Meyer) 교수는 이를 화석화된 조류 매트(Algal mat)로 추정했지만, 아직 정확한 해석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필자는 아무리 봐도 이 화석의 정체가 뭔지 정말 모르겠다. 영화속 고질라만큼이나 미스테리한 존재인 듯 싶다.




[바로가기]

『고생물학 속 고질라 (1)』고질라가 밟고 갔나? 돌이 되어버린 매트, "고드질루스(Godzillus)"

『고생물학 속 고질라 (2)』다코사우루스(Dakosaurus)라 쓰고, 고질라라 읽어다오!

『고생물학 속 고질라 (3)』고질라를 사랑한 어느 팬, 그리고 그의 고지라사우루스(Gojirasaurus)

『고생물학 속 고질라 (4)』악마의 입술을 가진 상어

『고생물학 속 고질라 (5)』과연 고질라는 공룡일까?





2014년 5월 10일 토요일

만약 백악기 공원이 생긴다면...

 얼마전에 본 심슨가족 에피소드 중...

『심슨가족 시즌 25, 에피소드 18』

때는 가까운 미래

백악기공원에서 일하는 바트

너의 저글링 묘기를 보여줘!

크엉

크엉엉

크엉?

ㅋㅋㅋㅋ

......

 ... 동물학대를 막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