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5일 월요일

트리케라톱스는 코뿔소처럼 돌진할 수 있었을까?


Fig 1. 티라노사우루스를 향해 돌진하는 트리케라톱스.
머릿속에서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장면이지만 과연 실제로도 그랬을까?
(이미지 출처 : fineartamerica.com)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는 드럼통 같은 몸매, 뒷통수에 있는 부채처럼 펼쳐진 얇은 뼈판(프릴frill이라 부른다), 그리고 눈과 코 위에 솟아난 세 뿔 덕분에 다른 공룡들과 쉽게 구분된다. 특히 머리에 있는 뿔 때문에 트리케라톱스는 공룡시대의 코뿔소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영화나 만화 속의 트리케라톱스는 고개를 숙인 채 영원한 맞수인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를 향하여 돌진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Fig 2. 로버트 바커 박사의 트리케라톱스 복원도.
코뿔소와 말과 같은 현생동물들의 질주하는 모습을 많이 참고했다.
(이미지 출처 : gspauldino.com)

           한때 고생물학자들은 트리케라톱스가 코뿔소처럼 돌진할 수 있었다고 믿었는데, 이것은 미국 휴스턴자연과학박물관(Houston Museum of Natural Science)의 로버트 바커(Robert T. Bakker) 박사의 영향이 컸다. 1986년에 발표된 그의 논문에 따르면 트리케라톱스의 상완골(위팔뼈)과 견갑골(어깨뼈)이 만나는 관절 부위는 악어나 도마뱀보다는 질주가 가능한 말이나 코뿔소와 유사했는데, 이러한 해부학적 특징 때문에 바커 박사는 트리케라톱스의 앞다리가 말이나 코뿔소처럼 밑으로 곧게 뻗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앞다리 포즈가 말과 코뿔소와 닮았기 때문에 이들이 뛰어다니는 모습 또한 말과 코뿔소를 닮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시에 바커 박사가 추정한 말처럼 달리는 트리케라톱스의 속도는 무려 시속 45 km, 재빠른 우사인 볼트도 부러워할 만한 스피드였다.

Fig 3. 케라톱시페스 골덴엔시스(Ceratopsipes goldenensis). 트리케라톱스의 흔적으로 추정.
발자국 자체가 보존된 것이 아니라 발자국의 속을 채우고 있던 퇴적물들이 보존된 것이다.
ⓒJohn Kercher

Fig 4. 미국에서 발견된 다양한 뿔공룡의 발자국. 앞발자국간의 폭이 뒷발자국만큼이나 넓다
(이미지 출처 : Dinosaur Tracks, Richard A. "Tony" Thulborn, 1990)


           하지만 미국에서 발견된 발자국 화석 때문에 트리케라톱스의 포즈는 바뀌어야 했다. 1990년대 초, 미국 콜로라도대학(University of Colorado)의 마틴 록클리(Martin G. Lockley) 교수와 연구팀은 뿔공룡의 발자국으로 추정되는 보행열 화석을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발견했다. 그들은 이 보행열 화석에서 앞발에 해당하는 발자국들이 뒷발자국만큼이나 좌우 폭이 넓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상대적으로 어깨가 좁은 뿔공룡들이 좌우 폭이 넓은 앞발자국을 내려면 앞다리가 벌어져야만 했다. 콜로라도주의 발자국 화석과 뿔공룡의 뼈화석을 토대로 다시 복원된 트리케라톱스의 앞다리는 놀랍게도 약간 쩍벌형의 자세였다. 결국 바커 박사의 주장과 달리 트리케라톱스는 말이나 코뿔소와는 다른 앞다리 구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약간 쩍벌형의 앞다리를 가진 트리케라톱스는 말이나 코뿔소처럼 ‘달그닥 달그닥’거리며 질주할 수가 없었다. 대신 코끼리처럼 앞다리와 뒷다리를 차례로 움직이며 조깅하듯이 뛰어야했다. 이를 토대로 공룡 발자국 화석 전문가인 리처드 툴번(Richard A. Thulborn) 박사가 추정한 트리케라톱스의 뛰는 속도는 약 시속 26 km였다. 1980년대에 바커 박사가 추정한 것 만큼 재빠르지 않아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과거에는 티라노사우루스처럼 뛰지 못하는 공룡도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트리케라톱스는 그래도 공룡 중에서 ‘잘 뛸 수 있는’ 녀석이었다.

Fig 5. 미국 로스앤젤레스자연사박물관(Los Angeles Natural History Museum)의 트리케라톱스.
가장 최신의 연구자료를 토대로 복원되었다. ⓒAllie_Caulfield

           하지만 재아무리 ‘잘 뛸 수 있는’ 공룡이라 할지라도 오늘날의 고생물학자들은 트리케라톱스가 코뿔소처럼 적을 향해 돌진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티라노사우루스와 같이 크고 무거운 포식자에게 돌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최대 9톤까지 나가는 거구다. 트리케라톱스티라노사우루스를 들이받았을 때, 티라노사우루스가 무게중심을 잃고 트리케라톱스 쪽으로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트리케라톱스의 잘생긴 얼굴은 묵사발이 될지도 모른다. 잡아먹히지 않으려다가 제명에 못 살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티라노사우루스를 향해 뿔을 겨누고 질주하는 트리케라톱스의 모습은 영화나 만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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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1. 와 내용이 정말 알차고 유익하네요!! 공룡에 대해 많이 알지 못했는데 네이버 블로그 타고 들어와서 많이 배우고 흥미가 생겼어요 감사합니다 :D 앞으로도 꾸준히 들어올게요!! 아!! 박진영의 공룡열전 구매하려고요!! 사인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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