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7일 토요일

스승의 날 전날, 모교에 다녀오다.


 지난주 수요일(14일), 필자는 개인적인 일도 해결하러 갈 겸, (그리고 그 다음날인 15일이 '스승의 날'이다보니) 오랜만에 학부 때 지도교수님이신 박수인 교수님(Fig. 2)을 뵈러갈 겸하여 모교(강원대학교)에 다녀왔다. 졸업후 2년만에 학교 안으로 들어서니 반가움과 숨막힘이 섞인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학교를 졸업하기 전, 필자는 재미삼아 실험실 학생들의 모습을 캐릭터화(『심슨가족』화)시킨 그림을 제작하여 실험실 문 앞에다 붙여놨었다. 오랜만에 그 실험실 문 앞에 섰는데, 그림은 그대로였다. 복도를 오가는 학생들은 바뀌었는데 말이다. 변하지 않은 그림 때문일가.. 오묘한 느낌은 조금 사라졌다.

Fig. 1. 강원대학교 박수인 교수님의 방.
이것이 진짜 과학자의 방이다.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고 교수님의 방으로 들어갔다(Fig. 1). 2년전처럼 교수님은 필자를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학부생 때 지도교수님이셨던 박수인 교수님은 국내에 몇 안되는 코노돈트(Conodont, 원시척추동물 이빨화석) 전문가이시다. 독일 마르부르크필립스대학(Philipps-Universität Marburg)에서 지질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셨으며, 최근에는 우리나라 석탄기의 갑산층과 금천층에서 산출되는 코노돈트 화석을 연구하셨다.

Fig. 2. 5월 14일, 학교 방문 중 박수인 교수님과 함께 찍은 사진.
교수님은 2년전 그대로시지만, 필자는 졸업 이후 부피가 2배나 불어났다.
사진을 찍어준 화성암석학실험실의 최윤호 석사님에게 감사드린다.

 교수님께서는 최근 야외조사 중 발견하신 각종 화석들을 보여주셨으며, 필자가 없는 동안에 있었던 재미난 에피소드들도 들려주셨다. 시간 가는줄 몰랐다. 분명 학부 때 교수님의 세미나 시간은 그렇게 천천히 갔었는데...

 사실 필자는 학부시절에 그리 말 잘 듣는 학생이 아니였다. 그래서 교수님의 잔소리도 많이 들었고, 혼이 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나니, 모든게 아름다운 기억이 되어버렸다. 마치 오랜시간이 지나 오팔화(opalized)된 암모나이트 같다고나 해야할까.

Fig. 3. 박수인 교수님의 글씨. 이날 선물로 고등학교 지구과학책을 받았다.
교수님의 가르침에 감사하여 선물을 드리러 갔다가, 역으로 제자가 선물을 받게되었다. 

 실험실에서 나올 때, 교수님께서는 필자에게 고등학교 지구과학책을 선물로 주셨다(Fig. 3). 교과서의 저자 목록에서 교수님의 성함이 유난히도 눈에 잘 띄었다. 교수님 은혜에 감사하여 선물을 드리러 갔는데.. 선물교환을 하고 온 느낌이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뭘 배우나.. 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교과서를 간단히 훑어보았다. 공룡의 멸종에 관한 글이 한 페이지있었는데, 그리 재미있진 않았다. 갑자기 공룡학자 잭 호너(Jack Horner) 박사님의 명언이 생각났다. "공룡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게 뭐요! 나는 공룡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고 싶습니다!" 결국 나도 같은 입장인 것 같다.


2014년 5월 12일 월요일

[ 고생물학 속 고질라 (2) ] 다코사우루스(Dakosaurus)라 쓰고, 고질라라 읽어다오!

Fig. 1. 2005년 2월호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표지를 장식한
"고질라" 다코사우루스 안디니엔시스(Dakosaurus andiniensis).
메트리오린쿠스류가 표지모델이 되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다.
별명 덕을 많이 본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고생물학 속 고질라』, 이번에 소개할 화석생물종은 다코사우루스 안디니엔시스(Dakosaurus andiniensis)이다. 비록 다코사우루스(Dakosaurus)속의 모식종(type species)은 아니지만, 모식종인 다코사우루스 막시무스(Dakosaurus maximus)보다 더 유명한 이유는 아마도 "고질라(Godzilla)"라는 D. 안디니엔스의 별명 때문일 것이다.

Fig. 2. 다코사우루스 안디니엔시스(Dakosaurus andiniensis)의 두개골.
ⓒ 내셔널 지오그래픽

 '안데스의 무는 도마뱀'이란 뜻을 가진 다코사우루스 안디니엔시스는 1987년, 아르헨티나에서 처음 발견되었지만, 1996년이 되서야 제대로 된 학명을 부여받을 수 있었다. D. 안디니엔시스는 '고질라'급의 외모를 가졌지만, 사실 해양악어무리인 메트리오린쿠스류(Metriorhynchidae)에 속한다.

Fig. 3. 해양 중악어류(mesosuchia)의 골격도. (a) 텔레오사우루스(Teleosaurus),
(b) 메트리오린쿠스(Metriorhynchus), (c) 게오사우루스(Geosaurus).
(From Carroll, 1988)

 메트리오린쿠스류는 수상생활에 완벽하게 체재를 변화시킨 악어류로써, 관모양(tubular-shape)의 두개골, 노형(paddle-shape)의 사지, 그리고 하미형 꼬리(hypocercal, 미추가 휘어져 하부를 이루고, 상부는 연부조직으로 이루어진 꼬리구조)를 가진다(Fig. 3). 이들은 다른 악어류와는 달리 등면을 덮는 골편(scute)이 전혀 발달하지 않았는데, 이는 유선형 체재 진화의 결과물로 해석된다(Carroll, 1988).

Fig. 4. 다코사우루스 안디니엔시스(Dakosaurus andiniensis)의 두개골 복원도.
고질라의 미소를 보는 듯 하다. (From Young et al., 2012)

 다코사우루스는 다른 메트리오린쿠스류와는 차이를 보이는데, 바로 두개골과 이빨의 형태이다. 헤엄치는 물고기를 붙잡기에 알맞은 긴 주둥이와 꼬깔형 이빨을 가진 다른 메트리오린쿠스류와는 달리, 다코사우루스는 짧고 높은 두개골과 톱날구조가 발달한 휘어진 이빨을 가진다(Fig. 4).

Fig. 5. 작은 익룡을 잡기 위해 수면 위로 튀어오르는
다코사우루스(Dakosaurus). ⓒ 내셔널 지오그래픽

 왜 다코사우루스만 다른 형태의 두개골과 이빨을 가졌을까? 다른 친척들과는 다른 섭식행위를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메트리오린쿠스류는 큰 부력을 가진 다공성(porous) 두개골과 순간 가속을 이용해 수면에서 먹잇감을 잡는 흉상어류(Carcharhiniformes)의 것과 유사한 꼬리를 가진다(Hua and Buffetaut, 1997). 아마도 다코사우루스는 꼬리를 이용해 수면 위로 튀어올라 먹이감을 물속으로 끌어당겼을 지도 모른다.『내셔널 지오그래픽지』의 표지처럼(Fig. 5), 다코사우루스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익룡을 전문으로 사냥하는 동물은 아니였을까? 필자가 만약 잡지표지 속 익룡이였다면.. 다코사우루스는 마치 고질라처럼 보였을 것이다.

Fig. 6. 다코사우루스 안디니엔시스(Dakosaurus andiniensis)의 두개골과
이 화석생물종을 명명한 라플라타 국립대학교(Universidad Nacional de La Plata)의
고생물학자, 술마 가스파리니(Zulma Gasparini) 박사님. ⓒ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실, 다코사우루스가 유명해지게 된 것은 별명 덕이 크다. 하지만 물밖으로 튀어오르는 다코사우루스를 묘사하는데 가장 좋은 별명은 "고질라" 뿐인 것 같다.


[참고문헌]

Carroll, R. L. 1988. Vertebrate Paleontology and Evolution. W. H. Freeman and Company. USA. p. 698.

Hua, S. and Buffetaut, E. 1997. Part V: Crocodylia, Introduction; pp. 357-374 in Callaway, J. and Massare, J. (eds) Ancient Marine Reptiles. London: Academic Press.

Young, M. T., Brusatte, S. L., de Andrade, M. B., Desojo, J. B., Beatty, B. L., Steel, L., Fernández, M. S., Sakamoto, M., Ruiz-Omeñaca, J. I. and Schoch, R. R. 2012. The cranial osteology and feeding ecology of the metriorhynchid crocodylomorph genera Dakosaurus and Plesiosuchus from the Late Jurassic of Europe. PLoS ONE 7(9): e44985. doi:10.1371/journal.pone.0044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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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물학 속 고질라 (1)』고질라가 밟고 갔나? 돌이 되어버린 매트, "고드질루스(Godzillus)"

『고생물학 속 고질라 (2)』다코사우루스(Dakosaurus)라 쓰고, 고질라라 읽어다오!

『고생물학 속 고질라 (3)』고질라를 사랑한 어느 팬, 그리고 그의 고지라사우루스(Gojirasaurus)

『고생물학 속 고질라 (4)』악마의 입술을 가진 상어

『고생물학 속 고질라 (5)』과연 고질라는 공룡일까?



2014년 5월 11일 일요일

[ 고생물학 속 고질라 (1) ] 고질라가 밟고 갔나? 돌이 되어버린 매트, "고드질루스(Godzillus)"

Fig. 1. 오는 15일에 개봉을 앞둔 영화 『고질라』.
1954년에 개봉한 일본영화『수폭대괴수 고지라』의
헐리우드판 리메이크다. ⓒ Legendary

 영화『고질라(Godzilla, 2014)』의 개봉을 앞두고(Fig. 1), 필자는 뭔가 특별한 것들을 올리고 싶다. 고질라는 필자의 어릴적 히어로이자 추억이기 때문이다. 90년대 초, 필자는 일본친구들로부터 고질라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때 처음 본 고질라 영화는 『고지라 대 몬스터 제로(Godzilla Vs. Monster Zero, 1965)』(Fig. 2). 거대한 고질라와 익룡괴수 라돈, 그리고 우주괴수 킹기도라의 대결은 보고 또 봐도 재밌어 했던 기억이 있다.

Fig. 2. 영화 『고지라 대 몬스터 제로』의 한 장면.
어린필자는 아이언맨 수트보다 고질라 수트에 더 열광했었다.
ⓒ Toho

 올해로 탄생 60주년을 맞은 고질라는 일본 대중문화의 상징적인 아이콘이며,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입성한 최초의 동양권 캐릭터이다. 아시안 슈퍼스타인 고질라는 대중문화, 영화 뿐만아니라 과학계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화석생물종의 학명, 또는 별명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필자는 이번 게시물 시리즈를 통해 고질라와 연관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화석들을 소개할 것이다.

Fig. 3. 미국 신시내티대학(University of Cincinnati)에서 보관 중인
수수께끼의 화석, "고드질루스(Godzillus)".

 2012년, 미국 켄터키주(Kentucky)의 아마추어 고생물학자 론 파인(Ron Fine)씨는 여러 타원형으로 이루어진 약 2 m 길이의 돌로 된 쿠션패트와 같은 화석을 발견했다(FIg. 3). 그는 이 거대한 돌패트를 '고질라'의 이름을 따서 "고드질루스(Godzillus)"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화석의 전체적인 모습이 마치 고질라가 밟고 지나간 도쿄시(Tokyo)의 모습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라 한다. ("고드질루스"는 학명이 아닌 그저 별명이다. 또한 고드질루스라는 이름은 현생 거대 갑각류에게 이미 부여된 학명이기 때문에 사용될 수가 없다.)

Fig. 4. "고드질루스"를 이루는 타원형의 물체.

 "고드질루스"는 약 4억5만년전에 해당하는 지층에서 발견되었으며, 2012년 미국지질학회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고드질루스"의 표면에는 울퉁불퉁한 얼룩 무늬가 발달해 있으며(Fig. 4), 주변에서는 각종 삼엽충화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신시내티대학의 데이비드 메이어(David Meyer) 교수는 이를 화석화된 조류 매트(Algal mat)로 추정했지만, 아직 정확한 해석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필자는 아무리 봐도 이 화석의 정체가 뭔지 정말 모르겠다. 영화속 고질라만큼이나 미스테리한 존재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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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물학 속 고질라 (1)』고질라가 밟고 갔나? 돌이 되어버린 매트, "고드질루스(Godzil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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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물학 속 고질라 (5)』과연 고질라는 공룡일까?





2014년 5월 10일 토요일

만약 백악기 공원이 생긴다면...

 얼마전에 본 심슨가족 에피소드 중...

『심슨가족 시즌 25, 에피소드 18』

때는 가까운 미래

백악기공원에서 일하는 바트

너의 저글링 묘기를 보여줘!

크엉

크엉엉

크엉?

ㅋㅋㅋㅋ

......

 ... 동물학대를 막읍시다.




2014년 5월 9일 금요일

기어가는 삼엽충 이야기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강연 청강)

 필자의 정신은 초등학생때 이후로 그리 크게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림이 많고 페이지 수가 적은 책을 선호한다. 그래서일까, 고생물학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출판사『뿌리와 이파리』의 『오파비니아』시리즈(Fig. 1)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물론 『오파비니아』시리즈가 모두 좋은 책들이라는 것은 알고 있으며, 읽어볼려고 노력해본 적이 있다. 2007년, 필자가 학부생었을 시기에 시리즈 중『대멸종(When life nearly died : the greatest mass extinction of all time, 2005)』이란 책을 구입한 적이 있다. 그때 당시만해도 마음을 크게 먹고 구입한 책이었지만.. 너무 두꺼워서 일까.. 아니면 그림이 별로 없어서일까.. 책의 내용보다는 졸음과의 사투만이 필자의 기억속에 남아있다. 결국 필자는 그 책의 끝을 보지 못했으며, 7년이 지난 지금도 북마크가 꽂혀있는 상태로 책장을 장식하고 있다.

Fig. 1. 출판사『뿌리와 이파리』의 『오파비니아』시리즈.
필자는『대멸종』편을 읽다가 졸려 죽을뻔한 적이 있다.
하지만 좋은 내용의 책임에는 틀림없다.

 오랜 시간동안 『오파비니아』시리즈에 대해 거의 잊고 살던 필자는 올해 초,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한달에 한번꼴로『오파비니아』시리즈에 대한 과학강연이 있을 것이란 소식을 접하고는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꺼운 책보다는 두시간짜리 강연을 더 선호하다보니..) 이런저런 일때문에 아쉽게도 필자는 이전의 강연들은 모두 놓쳤지만, 이번 달에는 겹치는 스케줄이 없다보니『오파비니아』과학강연 중 4번째인 『삼엽충』을 청강할 수 있었다.

Fig. 2. 국립중앙과학관의 김동희 박사님(우)과
이번 행사의 진행을 맡으신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백두성 학예사님(좌).

 이번 『삼엽충』강연을 하신 분은 국립중앙과학관의 김동희 박사님이시다(Fig. 2). 박사님은 삼엽충으로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셨으며, 유명한『DK(Dorling Kindersley)』시리즈의 『지구(Earth, 2006)』와『자연사(Natural History, 2012)』의 한글판 번역을 맡으셨고, 대표 저서로는 『화석이 말을 한다면(2011)』과『공룡화석은 왜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견될까요(2010)』가 있다. 이번 강의에서 박사님은 삼엽충에 대한 기본 지식, 그리고 삼엽충 연구를 통해 얻어질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소개해 주셨다. 물론 필자는 이것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의다보니 깊이있는 내용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삼엽충과 관련해서 필자가 알지 못했던 사실들도 소개해 주셔서 공부에 도움이 되었다.

Fig. 3. 3가지 생흔화석을 이용한 삼엽충의 행동해석
(from the『A Guide to the Orders of Trilobites』website).

박사님의 강연내용 중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은 바로 생흔화석(ichnofossil)을 통한 삼엽충의 행동해석에 관한 것이었다(Fig. 3). 삼엽충의 생흔화석 종류는 루소피쿠스(Rusophycus), 크루지아나(Cruziana), 디플리크니테스(Diplichnites), 크게 3가지가 있다.

Fig. 4. 루소피쿠스(Rusophycus), 삼엽충의 생흔화석.
삼엽충이 쉬어간 흔적으로 해석된다.
(From the『A Guide to the Orders of Trilobites』website)

 루소피쿠스는 삼엽충이 퇴적물 속에서 휴식을 취할 때 남겨진 생흔적으로 해석된다(Garlock and Isaacson, 1977)(Fig. 4). 삼엽충이 가만히 있을때 남겨진 흔적이다보니 휴식을 취하던 삼엽충의 테두리가 보존되어 있다. (루소피쿠스 생흔화석속은 캄브리아기부터 트라이아스기까지 나타나는데, 삼엽충이 아닌 다른 절지동물들도 이러한 루소피쿠스 흔적을 남겼을 것으로 여겨진다.)

Fig. 5. 크루지아나(Cruziana), 삼엽충 생흔화석.
중앙의 선을 중심으로 다리의 흔적이 좌우대칭을 이루는 기어간 흔적.
(From the『A Guide to the Orders of Trilobites』website)

 크루지아나는 생물이 얕은 퇴적물 속을 파헤치면서 남겨진 흔적으로 해석되며, 이는 루소피쿠스 생흔적과 함께 발견되기 때문에 삼엽충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Baldwin, 1977)(Fig. 5). 간혹 구불구불한 보행열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삼엽충이 퇴적물을 파헤치면서 먹이를 찾거나 걸러먹는 행위를 지시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Fig. 6. 디플리크니테스(Diplichnites), 삼엽충 생흔화석.
(From the『A Guide to the Orders of Trilobites』website)

 디플리크니테스는 한쌍의 나란한 보행열로 이루어진 생흔화석속으로(Fig. 6), 퇴적물 위를 사뿐사뿐 걸어다닌 생물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를 남긴 생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e.g., Dawson, 1862; Briggs et al., 1979), 루소피쿠스와 마찬가지로 여러 생물로부터 기원한 것으로 보인다. 삼엽충 또한 디플리크니테스를 남긴 생물 중 하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을 남긴 삼엽충은 짝을 찾으러가거나 더 좋은 식당을 찾으러 가는 중이지 않았을까.

Fig. 7. 우리나라 오르도비스기 정선석회암의 삼엽충 화석.
왜 필자는 야외조사시 항상 파편만을 찾는 걸까..

 박물관에서 강연을 들을 경우, 간혹 박물관 수장고의 화석표본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동희 박사님의 강연이 끝나고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백두성 학예사님은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 중인 삼엽충 화석을 직접 꺼내서 보여주셨다(Fig. 7). 동글동글한 머리와 꼬리가 귀여운 것 같다. 화석이야말로 자연이 만든 최고의 아트가 아닐까.

Fig. 8. 강연 끝나고 한컷. (좌에서 우로) 필자, 김동희 박사님, 손민영 학생.

 요즘 파충류에 대한 공부만 하다보니 절지동물의 아름다움을 너무 잊고 지낸듯 싶다. 재밌는 강연이었다. 아, 그리고 이번 행사에서 오랜만에 연세대 손민영 학생을 만날 수 있었다(Fig. 8). 손민영 학생과는 작년 몽골공룡탐사를 함께 다녀온 경험이 있다. 고생물, 특히 익룡에 관심이 많은 학생인데.. 훗날 한국의 마크 위턴(Mark Witton)이 될 꺼라 믿는다. (우선 군대부터 다녀오고..)

 한마디만 더하자면, 강연 뒷풀이를 박물관 앞에 위치한 『맛보치킨』에서 했는데, 그곳 생맥주가 정말 맛있다. 그 맛이 궁금하신 분들은 꼭 가시길.


[참고문헌]

Baldwin, C. T. 1977. Rusophycus morgati: an asaphid produced trace fossil from the Cambro-Ordovician of Brittany and Northwest Spain. Journal of Paleontology 51: 411–425.

Briggs, D. E. G., Rolfe, W. D. I. and Brannan, J. 1979. A giant myriapod trail from the Namurian of Arran, Scotland. Palaeontology 22: 273–291.

Dawson, J. W. 1862. Notice of the discovery of additional remains of land animals in the Coal-Measures of the South Joggins, Nova Scotia. Quarterly Journal of the Geological Society of London 18: 5–7.

Garlock, T. L. and Isaacson, P. E. 1977. An occurrence of a Cruziana population in the Moyer Ridge Member of the Bloomsberg Formation (Late Silurian)-Snyder County, Pennsylvania. Journal of Paleontology 51 (2): 282–287.

2014년 5월 2일 금요일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안다? : 배설물을 물어버린 상어, 그 진실은?

Fig. 1. 체서피크층군(Chesapeake Group)에서 발견된 분화석(coprolite).
이빨 인상 자국이 보존되어 있다. ⓒ Calvert Marine Museum

 살다살다 별의별 화석이 다 나온다. 미국 메릴랜드주(Maryland), 체서피크층군(Chesapeake Group)에서 악어의 것으로 추정되는 두 개의 분화석(coprolite)이 보고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 두 분화석에 이빨 인상 자국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배설물을 물어버리다니.. 누가 이런 엽기적인 짓을 했단말인가?

Fig. 2. 상어 이빨 인상 자국이 보존된 분화석 표본 CMM-V-2244(좌), CMM-V-3245(우).
우측 표본(CMM-V-3245)에는 이빨이 배설물을 관통한 자국들이 숫자로 표시되어 있다.
(From Godfrey and Smith, 2010) 

 Godfrey and Smith (2010)는 이빨 인상 자국의 실리콘 캐스트(cast)를 제작했는데, 그 형태가 뱀상어(Galeocerdo cuvier)의 이빨형과 매우 유사하다고 보고했다. 아마도 뱀상어와 유사한 종류이거나, 뱀상어의 선조격되는 종류의 범행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상어는 왜 배설물을 물어버린 것인가? Godfrey and Smith (2010)는 이에 대해 3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1. 상어는 배설물을 먹을려고 시도했다.
  2. 상어는 배설물이 먹을 수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물었다.
  3. 먹이감을 공격하거나 먹는 과정에서 먹이감의 배에 들어있던 배설물까지 물어버렸다(Fig. 3).

Fig. 3. 수면의 악어를 공격하는 상어. 상어는 먹이감의 복부를 공격하면서
복부 내부의 배설물까지 물었을 가능성이 있다. (From Godfrey and Smith, 2010) 

 저자들은 세번째 가설을 지지하는데, 이빨 인상 자국이 분화석의 한쪽 면에만 남아있다는 점, 그리고 인상의 깊이가 얕다 점을 지적했다. 수면에 위치한 먹이감의 복부를 먼저 공격하는 현재 상어들의 습성을 생각해보면 저자들의 의견에는 일리가 있다. 그동안 공격 또는 섭식으로 인해 남겨진 상어의 이빨 인상 자국은 다양한 뼈화석 기록에서 보고되어왔지만(e.g., Bianucci et al., 2010; Kallal et al., 2010), 배설물에 기록된 상어의 습성은 이것이 처음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도 필자는 가설 1, 2의 상황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진지하게 생각한다. 필자의 집에는 10년 넘게 키운 거북이가 있는데, 그 녀석은 심심할때 자신의 배설물을 씹어보기도 하고.. 불편한 진실이긴 하지만, 간혹 먹기도 한다. 거북도 그러는데 상어라고 하지 말란 법은 없는 것 같다. 우리집 거북이를 매번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만.. 똥인지 된장인지는 역시 먹어봐야 아는 것이다.



[참고문헌]

Bianucci, G., Sorce, B., Storai, T. and Landini, W. 2010. Killing in the Pliocene: shark attack on a dolphin. Italy Palaeontology. 53 (2): 457-470.

Kallal, R. J., Godfrey, S. J. and Ortner, D. J. 2010. Bone reactions on a pliocene cetacean rib indicate short-term survival of predation event. International Journal of Osteoarchaeology. 22 (3): 253-260.

Godfrey, S. and Smith, J. 2010. Shark-bitten vertebrate coprolites from the Miocene of Maryland. Naturwissenschaften. 97 (5): 461-467.






2014년 5월 1일 목요일

甲이다! (거북의 甲 관련 한글 용어의 검토)


Fig. 1. 거북의 등갑구조. (A) 배갑(carapace)의 내부골판과 각질판,
(B) 복갑(plastron)의 내부골판과 각질판. ⓒ Jin-Young Park

 요즘 학회에 제출할 리뷰 글들을 작업하는데, 용어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특히 생물 해부학 용어의 경우, 원어 그대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글식 표현을 선호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다. 그래도 중국과 일본식 표현을 참고하면서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나가는 재미도 없잖아 있다. 하지만 한글로 해석된 용어가 있어도 제대로 된 정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혼돈스러운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거북의 甲이다. 아래는 거북의 甲을 이르는 우리나라 말들이다(Lee and Park, 2012).

  1. 등갑, 갑 : 등 딱지, 또는 갑 전체를 통칭하는 의미로 사용.
  2. 등갑(한글 등 + 한자 甲) : 갑 전체, 또는 등 딱지를 의미.
  3. : 껍질 전체를 의미.
  4. 등껍질 : 보통은 껍질 전체를 통칭하는 의미로 사용.
  5. 배갑(한글 배 + 한자 甲) : 배딱지를 의미.
  6. 배갑(한자 背 + 한자 甲) : 등딱지를 의미.
  7. 복갑(한자 腹 + 한자 甲) : 배딱지를 의미.

 복잡하다. 이러한 용어 혼란은 한글로 쓰여지거나 번역된 전문서적에서도 나타난다. 이러한 혼란을 없애기 위해 필자는 다음과 같이 거북 甲에 대한 용어를 정리한다.

  1. Shell (껍질 전체) : 등갑(한글 등 + 한자 甲)  갑피(한자 甲 + 한자 皮)
  2. Carapace (등딱지) : 배갑(한자 背 + 한자 甲)
  3. Plastron (배딱지) : 복갑(한자 腹 + 한자 甲)
※ Shell을 '등갑(-甲)'보다는 '갑피(甲皮)'로 표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신 이항재 연구원님(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과 안영록 학생에게 감사드립니다.
 거북류의 등갑 갑피는 외부의 단단한 케라틴(keratin)질 각질판(scute)과 척추, 늑골(rib), 그리고 일부 복늑골(gastralia) 요소들이 융합되어 형성된 내부 골판(bone plates)으로 구성된다. 부위별 각질판 용어는 아래와 같이 정리되며, 놀랍게도 서적마다 통일성을 가진다.

[배    갑(Carapace)]
  1. Cervical scute : 정(頂)갑판
  2. Vertabral scute : 추(推)갑판
  3. Pleural scute : 늑(肋)갑판
  4. Marginal scute : 연(緣)갑판
[복    갑(Plastron)]
  1. Gular scute : 후(喉)갑판(extragular scute : 추가후갑판)
  2. Humeral scute : 견(肩)갑판
  3. Pectoral scute : 흉(胸)갑판
  4. Abdominal scute : 복(腹)갑판
  5. Femoral scute : 고(股)갑판
  6. Anal scute : 항(肛)갑판
 문제는 내부 골판인데, 필자는 각 내부 골판에 대한 한글용어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내부 골판에 대한 용어를 정리한다.
 
[배    갑(Carapace)]
  1. Nuchal plate : 후경부판(後頸部板)
  2. Neural plate : 신경판(神經板)
  3. Suprapygal plate : 전둔부판(前臀部板)
  4. Pygal plate : 둔부판(臀部板)
  5. Costal plate : 늑골판(肋骨板)
  6. Peripheral plate : 측판(側板)
[복    갑(Plastron)]
  1. Epiplastron : 상복갑(上腹甲)
  2. Entoplastron : 내복갑(內腹甲)
  3. Hyoplastron : 설복갑(舌腹甲)
  4. Hypoplastron : 설하복갑(舌下腹甲)
  5. Xiphiplastron : 검상복갑(劍狀腹甲)
  6. Mesoplastron : 중복갑(中腹甲)
 정리된 용어들을 보니 뿌듯하긴 하다. 이번 학회지 리뷰 글에서는 위와 같이 정리된 용어들을 사용했다. 하지만 과연 다른 학자분들께서 이 표현을 그대로 사용해 주실지는.. 글쎄.. 필자는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





[참고문헌]

Lee, T. W. and Park, S. J. 2012. Turtles: looking low and walking slow. Simile Books. Seodaemun-gu, South Korea, 478 p. (in Kor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