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7일 토요일

스승의 날 전날, 모교에 다녀오다.


 지난주 수요일(14일), 필자는 개인적인 일도 해결하러 갈 겸, (그리고 그 다음날인 15일이 '스승의 날'이다보니) 오랜만에 학부 때 지도교수님이신 박수인 교수님(Fig. 2)을 뵈러갈 겸하여 모교(강원대학교)에 다녀왔다. 졸업후 2년만에 학교 안으로 들어서니 반가움과 숨막힘이 섞인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학교를 졸업하기 전, 필자는 재미삼아 실험실 학생들의 모습을 캐릭터화(『심슨가족』화)시킨 그림을 제작하여 실험실 문 앞에다 붙여놨었다. 오랜만에 그 실험실 문 앞에 섰는데, 그림은 그대로였다. 복도를 오가는 학생들은 바뀌었는데 말이다. 변하지 않은 그림 때문일가.. 오묘한 느낌은 조금 사라졌다.

Fig. 1. 강원대학교 박수인 교수님의 방.
이것이 진짜 과학자의 방이다.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고 교수님의 방으로 들어갔다(Fig. 1). 2년전처럼 교수님은 필자를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학부생 때 지도교수님이셨던 박수인 교수님은 국내에 몇 안되는 코노돈트(Conodont, 원시척추동물 이빨화석) 전문가이시다. 독일 마르부르크필립스대학(Philipps-Universität Marburg)에서 지질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셨으며, 최근에는 우리나라 석탄기의 갑산층과 금천층에서 산출되는 코노돈트 화석을 연구하셨다.

Fig. 2. 5월 14일, 학교 방문 중 박수인 교수님과 함께 찍은 사진.
교수님은 2년전 그대로시지만, 필자는 졸업 이후 부피가 2배나 불어났다.
사진을 찍어준 화성암석학실험실의 최윤호 석사님에게 감사드린다.

 교수님께서는 최근 야외조사 중 발견하신 각종 화석들을 보여주셨으며, 필자가 없는 동안에 있었던 재미난 에피소드들도 들려주셨다. 시간 가는줄 몰랐다. 분명 학부 때 교수님의 세미나 시간은 그렇게 천천히 갔었는데...

 사실 필자는 학부시절에 그리 말 잘 듣는 학생이 아니였다. 그래서 교수님의 잔소리도 많이 들었고, 혼이 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나니, 모든게 아름다운 기억이 되어버렸다. 마치 오랜시간이 지나 오팔화(opalized)된 암모나이트 같다고나 해야할까.

Fig. 3. 박수인 교수님의 글씨. 이날 선물로 고등학교 지구과학책을 받았다.
교수님의 가르침에 감사하여 선물을 드리러 갔다가, 역으로 제자가 선물을 받게되었다. 

 실험실에서 나올 때, 교수님께서는 필자에게 고등학교 지구과학책을 선물로 주셨다(Fig. 3). 교과서의 저자 목록에서 교수님의 성함이 유난히도 눈에 잘 띄었다. 교수님 은혜에 감사하여 선물을 드리러 갔는데.. 선물교환을 하고 온 느낌이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뭘 배우나.. 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교과서를 간단히 훑어보았다. 공룡의 멸종에 관한 글이 한 페이지있었는데, 그리 재미있진 않았다. 갑자기 공룡학자 잭 호너(Jack Horner) 박사님의 명언이 생각났다. "공룡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게 뭐요! 나는 공룡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고 싶습니다!" 결국 나도 같은 입장인 것 같다.


댓글 2개:


  1. ㅎㅎㅎ 우리 교수님 방 모습과 비슷하신걸?

    언젠가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본 적이 있었는데,
    화려한 색감과 재미난 내용이 많았던것 같아.
    공룡에 관한 얘기는 그냥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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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래도 공룡 한페이지라도 나온 것에 저는 감사합니다ㅠ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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