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6일 월요일

[ 고생물학 속 고질라 (5) ] 과연 고질라는 공룡일까?


 『고생물학 속 고질라』게시물 시리즈를 끝 마치기 전,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고생물이 있다. 바로 고질라다. 물론 상상속의 캐릭터긴 하지만, 필자는 어렸을때부터 고질라가 과연 어떤 공룡인지에 대해 궁금했었다. 등에 발달한 골판은 스테고사우루스(Stegosaurus)의 것을 연상시키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수각류(Theropoda)이다. 고질라는 어떤 공룡이었을까?

Fig. 1. 케네스 카펜터(Kenneth Carpenter) 박사님의 고질라 골격도.
좌측 하단의 실루엣은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 (From Carpenter, 1998) 

 재밌게도 고질라의 분류를 시도한 몇몇 학자분들이 계신다. 덴버자연사박물관(Denver Museum of National & Science)의 케네스 카펜터(Kenneth Carpenter) 박사님은 고질라를 케라토사우루스류(Ceratosauria)로 분류하셨는데(Carpenter, 1998), 4개의 앞발가락과 발달된 등면 골편(osteoderm)이 케라토사우루스(Ceratosaurus)와 유사하기 때문이다(Fig. 1). 카펜터 박사님은 고질라의 짧고 깊은 두개골에 대해서도 언급하셨는데, 아벨리사우루스류(Abelisauridae)의 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아마도 원시 케라토사우루스류와 아벨리사우루스류의 전이단계에 해당하는 분류군으로부터 고질라가 기원했을 것으로 여기셨다. (만약 카펜터 박사님의 추측이 맞다면, 결국 고질라와 둘리는 같은 분류군이다...)

Fig. 2. 고질라 골격도(2014년도 'LegendaryGoji', 팬아트). ⓒ Anton

 하지만 고질라가 과연 공룡이었을까? 모든 학자들이 카펜터 박사님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앨버타대학(University of Alberta)의 안킬로사우루스류(Ankylosauridae) 전문가인 빅토리아 아르보(Victoria Arbour) 박사는 최근에 그녀의 블로그(http://pseudoplocephalus.blogspot.ca)를 통해 고질라가 위악류(僞顎類, pseudosuchia)─포포사우루스형류(Poposauroidea)와 악어형류(Crocodylomorpha)를 포함하는 분류군─일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였다. 사실, 최근에 개봉한 영화에 등장하는 고질라의 모습을 보면 공룡보다는 악어류와 매우 유사하다. 등면과 배면을 덮는 골편구조, 사지의 형태는 악어류의 것과 유사하며, 몸을 좌우로 흔들며 유영을 하는 모습 또한 악어류를 연상시킨다. 공룡류의 경우, 골격구조상 몸통의 주된 움직임이 상하 방향이며, 좌우의 움직임은 제한적이다(송지영, 2011). 만약 고질라가 공룡이었다면 유영시 몸을 고래처럼 상하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적합했을 것이다.

Fig. 3. 배면에서 바라본 아메리카앨리게이터(Alligator mississippinensis)(좌)와
바다악어(Crocodylus porosus)(우)의 구개(palate). (From www.skullsite.co.uk)

Fig. 4. 영화『고질라(Godzilla, 2014)』에서 고질라가 포효하는 장면.
고질라에게는 2차구개(secondary palate)가 발달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럼 고질라는 위악류 분기도에서 어디쯤에 위치할까? 분기도의 상위부근에 해당하는 악어형류의 경우, 상악골(maxilla), 구개골(palatine), 익형골(pterygoid)에 의해 형성된 2차구개(secondary palate) 구조를 보인다(Fig. 3). 반면, 위악류 중 하위에 해당하는 분류군들은 비교적 열린 구개구조를 보인다. 필자는 이번에 개봉한 『고질라』영화에서 고질라가 포효할 때마다 구개를 확인할 수가 있는데, 2차구개가 없고 구개 돌기(palatal process)가 내측면에 발달해 있음을 알 수가 있다(Fig. 4). 이러한 구개구조 때문에 필자는 고질라가 원시형태의 위악류일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고질라가 공룡이였으면 하지만,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고질라는 공룡보다는 오히려 악어류와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훗날, 영화제작사측에서 고질라를 공룡이라한다면... 필자는 할말이 없다. 사실  공룡이든 아니든, 고질라의 분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고질라』 속편이 더 나온다는 사실이다(McGloin, 2014). 고질라 만세!

 『고생물학 속 고질라』끝.


[참고문헌]

송지영. 2011. 꼬리뼈에 근거한 코리아케라톱스의 재해석. 고생물학회지 제27권 제2호, p. 291.

Arbour, V. May 14, 2014. The Systematic Position of the King of the Monsters. Retrieved on May 27, 2014 from http://pseudoplocephalus.blogspot.ca/2014/05/the-systematic-position-of-king-of.html

Carpenter, K. 1998. A dinosaur paleontologist’s view of Godzilla. In Lees, J. D. & Cerasini, M. (eds) The Official Godzilla Compendium. Random House (New York), pp. 102-106.

McGloin, M. May 18, 2014. Godzilla 2014 Sequel Said To Be Confirmed. Retrieved on May 27, 2014 from http://movies.cosmicbooknews.com/content/godzilla-2014-sequel-said-be-confirm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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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1. 매우 흥미롭고 재밌는 글 이네요 잘봤습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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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사합니다. 새롭고 재밌는 정보 많이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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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둘리랑 고질라를 같이 생각해본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진영이와 카펜터 박사님 덕분에 그런생각도 하게 되는군ㅋㅋㅋ
    개인적으로 고질라 시리즈 중에는 이번 것이 마음에 들어.
    (둘리 매니아라서 그런듯)

    그런데 이번 리메이크작말고,
    원작에서도 고질라의 유영법이 좌우로 흔드는 것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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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질라가 영화마다 모습과 행동이 다르긴하지만.. 보통은 물속을 걸어다닙니다. 간혹 수영하는 장면도 나오긴 하는데.. 제 기억으론 『고지라X모스라X메카고지라, 도쿄SOS』란 영화에선 몸을 고래처럼 상하로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ㅎ아마도 그땐 공룡이였나봅니다ㅋㅋ

      그나저나 고지라사우루스(Gojirasaurus) 논문 때문에 카펜터 박사님과 처음 연락을 해봤는데.. 좋으신 분 같아요ㅎ올해 SVP미팅때 같이 싸인받아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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