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g. 1. 6월 13일,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진행된 『오파비니아』과학강연. 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 이항재 연구원님의 『대멸종』강연이 있었다. |
6월 13일(금요일), 필자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오파비니아』과학강연을 청강했다. 『오파비니아』과학강연은 출판사『뿌리와 이파리』의 『오파비니아』책 시리즈에 대한 경연으로 한달에 한권씩 선정하여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행사이다. 이날은 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의 이항재 연구원님께서 오셨는데, 『오파비니아』시리즈 중 3번째 책인 『대멸종(When life nearly died : the greatest mass extinction of all time, 2005)』에 대한 강연을 하셨다.(Fig. 1).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필자는 지금으로부터 7년전에 『대멸종』책을 구입했다. 큰 마음을 먹고 구입한 책이지만.. 책이 너무 두껍고 그림도 별로 없어서.. 힘들게 읽다가 결국은 그만 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지금도 북마크가 꽂혀있는 상태로 필자의 책장에서 끝없는 동면을 취하고 있다. 결국 책을 직접 다 읽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번 강연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책의 내용을 끝까지 알수가 있었다.
『대멸종』은 고생대 페름기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의 경계를 긋는 대멸종 사건을 다룬다. P-Tr 대멸종 사건(Permian–Triassic extinction event)라고도 불리며, 이에 대해서는 고생물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시 해양생물의 96 %, 육상생물의 70 %가 절멸한 엄청난 사건으로, 가장 많은 킬(kill) 수를 자랑하는 멸종 사건이기도 하다. 당시 사건에서 살아남아 오늘까지 잘 살고있는 분류군도 있지만, 고생대를 대표하던 삼엽충류(Trilobita), 바다전갈류(Eurypterida), 해뇌류(Blastoidea, 성게류에 포함되는 분류군), 그리고 자어류(Acanthodii)가 이때 완전히 멸종해버리고 말았다.
Fig. 2. 시베리아 범람현무암지대(Siberian Traps). 페름기 말에 방출된 엄청난 양의 마그마에 의해 형성되었다. 두께는 최대 3 km. P-Tr 대멸종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
그럼 무엇 때문에 이 수많은 생물들이 페름기 말에 멸종해버린 것일까? 운석충돌, 범람현무암지대(flood basalt)의 형성(Fig. 2), 화산활동으로 인한 대량의 메탄하이드레이트(Methane hydrate) 가스유출, 산소결핍현상과 황화수소의 대방출 등이 멸종사건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중 당시 시베리아 지역에 넓게 형성된 범람현무암지대(Fig. 2)가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멸종원인이긴 하지만, 사실 이 이유 하나만으로 전지구적인 멸종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아마도 오랜기간동안 다양한 환경적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엉키면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 P-Tr 대멸종 사건은 정말로 끔찍하고 고통스러웠던 이벤트였을까? 그랬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P-Tr 대멸종 사건은 약 백만년에 걸쳐 서서히 점진적으로 일어났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당시의 생물들은 그다지 큰 변화를 감지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루에 수십종이 사라지는 오늘날의 멸종현상과 비교하면 P-Tr 대멸종 사건은 (당시에 멸종한 종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정말로 길고 매우 지루한 사건이었던 것이다.
Fig. 3. 디스커버리 채널의 『다이노소어 레볼루션』의 한 장면. 페름기 말의 동물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장면이 연출되지만 현실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
하지만 우리는 드라마틱하고 임펙트가 강한 것을 선호한다. 듣거나 보는 입장에선 이러한 것들이 더 흥미롭고 재미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지구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 P-Tr 대멸종 사건을 마치 영화『터미네이터』에서 나오는 '심판의 날'처럼 묘사한다(Fig. 3). 머나먼 미래에는 오늘날의 멸종사건이 어떻게 묘사될지.. 궁금하다.
Fig. 4. 늦은 밤, 대전으로 돌아가시는 이항재 연구원님. 노란 난방이 잘 어울리는 남자입니다. |
그나저나..
이항재 연구원님,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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