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g. 1. 유타대학의 스콧 샘슨 박사. 그는 자신의 저서 『공룡 오디세어』를 통해 공룡의 체온체계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소개했다. (From web.poptower.com) |
공룡을 내온성으로 보자니 서식환경이 모자라고, 외온성으로 보자니 신체구조가 너무 특이하다. 그럼 이들은 어떤 체온체계를 가졌을까? 2009년, 유타대학(University of Utah)의 스콧 샘슨(Scott Sampson) 박사(Fig. 1)는 자신의 저서 『공룡 오디세어(Dinosaur Odyssey)』를 통해 공룡의 체온체계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소개했다. 공룡(조류 제외)은 내온성도 외온성도 아닌 그 중간에 해당하는 중온성(mesotherm)이었다는 것, 바로 "골디락스 가설(Goldilocks hypothesis)"이다.
Fig. 2. 영국의 전래동화『골디락스와 곰 세마리』에 등장하는 금발머리 소녀 골디락스. (From addisonmoore.tumblr.com) |
골디락스(Goldilocks)는 영국의 전래동화『골디락스와 곰 세마리(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에 등장하는 금발머리 소녀의 이름이다(Fig. 2). 동화 속 골디락스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딱 적당한" 스프를 먹고, 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푹신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의자에 앉으며,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딱 적당한" 침대에 누워서 취침을 한다. 항상 "딱 적당한" 중간을 택하는 소녀 골디락스에게서 샘슨 박사는 이 가설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Fig. 3. 다양한 공룡 두개골. 육식공룡, 초식공룡 모두 뼈로 된 볏구조를 가진다. 아마도 성적 과시용 구조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From blogs.scientificamerican.com) |
비록 외온성과 내온성의 중간에 해당하는 체온체계지만, 중온성은 외온성과 내온성, 두 전략의 최선을 제공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일단 중온성은 상대적으로 몸의 유지비용이 낮추면서 동시에 효율을 높여 성장과 생산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늘릴 수가 있다. 이는 공룡류에게서 볼 수 있는 빠른 성장률과 다양한 성적 과시용 구조물들(Fig. 3)을 설명할 수가 있다. 또한 중온성은 몸 크기의 증가에 따른 열발산 문제도 개선시켜주는데, 내적 열생산의 필요성을 최소화시킴으로써 먹이섭취량을 줄이고, 더 나아가 좁은 면적 내에서 높은 개체군밀도를 유지시킬 수가 있다.
그렇치만 정말 중온성이란 것이 실존할 수 있는 것일가? 사실 현존하는 생물 중 중온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내온성인 조류와 포유류의 경우, 과거 진화과정 중 한번은 외온성과 내온성의 중간단계에 해당하는 물질대사를 가졌을 것이다. 공룡은 분류상 외온성인 악어와 내온성인 조류 사이에 해당하니 중온성이였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Fig. 4. 온몸이 깃털로 뒤덮힌 몸집이 작은 코엘루로사우루스류. ⓒ keesey |
하지만 과연 모든 공룡이 중온성이었을까? 샘슨 박사는 적어도 코엘루로사우루스류(Coelurosauria)는 내온성 범위에 진입했을 것으로 보고있다. 코엘루로사우루스류에게서 발견되는 보온용 깃털의 존재(Fig. 4), 그리고 육식성에서 초식성(또는 잡식성)으로의 식성변화는 증가한 에너지 필요량를 충족시켜기 위한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다. 대사율이 높아지면서 육식으로는 몸을 유지하기가 어려우므로 몸체를 축소시켰을 것이며, 많은 양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 식성을 초식 또는 잡식성으로 전환시켰을 것이다.
Fig. 5. 붉은바다거북(Caretta caretta)은 완전한 해양성 동물이다. 파충류 중 거북류, 기룡류, 인룡류, 악어류 모두 해양성 동물이 존재하지만 공룡류에서는 해양성 동물이 나타나지 않았다. |
"골디락스 가설"은 "왜 중생대 기간동안 해양성 공룡이 없었을까?"에 대한 의문점을 풀어주는 가장 합당한 가설이기도 하다. 물은 뛰어난 열전도체이기 때문에 체열을 빨리 빼앗는다. 공룡류가 충분하게 열을 발생시키기 못하는 중온성이었기 때문에 해양에서의 삶이 불가능했다 것이 샘슨 박사의 주장이다.
물론 모든 학자가 샘슨 박사의 가설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공룡의 체온체계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합당한 것이 "골디락스 가설"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가까운 미래에는 이를 보다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더 새롭고 더 합당한 가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공룡의 체온체계가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공룡이 외면뿐만 아니라 내면까지 정말로 특이한 동물들이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 현재 "골디락스 가설"은 비공식 명칭이며, 샘슨 박사의 저서에서만 소개되었을 뿐 학술논문을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된 적이 없다. 그의 저서 『공룡 오디세어』가 출판된지도 벌써 5년... 필자를 포함한 많은 학자들이 "골디락스 가설"에 대한 논문을 인내심 가지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흥미로운 가설임에는 틀림없군요.
답글삭제재미있는 포스팅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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